반려가족 힐링무비 ‘해피해피’… 댕댕이 주연배우와 단독 犬터뷰

-이수성 감독 반려견 ‘달심’… 스크린 데뷔작서 ‘해피’ 열연

영화 ‘해피해피’ 포스터. 주연배우로 열연한 강아지 달심(해피 분)은 메가폰을 잡은 이수성 감독의 반려견이다. 이놀미디어 제공

 

“산책을 나갔는데 벌써부터 알아보는 강아지들이 있더라구요. 사인 대신 ‘코맞춤’을 해줬죠. 멍멍!”

 

반려견이 주연배우로 출연한 영화 ‘해피해피’가 지난 29일 개봉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딸이 반려견 입양을 계기로 조금씩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이수성 감독의 작품이다. 길은혜 배우 등과 주연으로서 호흡을 맞춘 강아지 배우가 화제다. 극중 ‘해피’로 열연을 펼친 5살 비숑 달심 배우를 30일 경기 남양주시의 이 감독 영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영화 해피해피의 이수성 감독과 주연배우 달심. 박재림 기자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팬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9년생 비숑 달심이라고 한다.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님 집으로 입양됐다(평소엔 아빠라고 부르지만 작품 인터뷰이니만큼 감독님으로 칭하겠다). 집에 온 첫날부터 대소변을 잘 가려서 똘똘하다는 칭찬을 받은 기억이 난다. 함께 지내면서 아빠가 16년간 44편의 작품을 찍은 영화감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느날 감독님이 반려견이 사람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제로 영화를 찍고 싶다며 조연급으로 출연을 제의했다. 처음엔 뜻이 없었지만 감독님이 저 덕분에 강아지와 함께하는 행복을 알게 됐으니 꼭 좀 부탁한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을 바꿨다. 대신 간식 추가, 지방 촬영을 고려한 개모차 및 카시트 구비, 배우 이미지를 위한 다양한 의상 구비를 요청했다. 감독님이 약속을 해서 캐스팅을 수락했다.

 

작품의 주연배우로 열연한 달심(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최초엔 조연급으로 캐스팅된 건가.

▲그렇다.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없으니 감독님도 확신이 없었을 거다. 캐스팅 이후 감독님, 그리고 프로듀서 겸 매니저인 엄마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3개월 간 피나는 연기 연습에 돌입했다. 테스트 촬영은 물론 대본 리딩도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크랭크인을 하고 처음 현장 촬영을 했는데 스태프와 배우들로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분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60신 중 25신, 상영시간 90분 중 45분에 출연하게 됐다. 감독님이 제 눈높이에서 보이는 세상을 담고 싶다며 짐벌카메라까지 새로 샀다. 영화감독 인생에 처음이라며 은근히 부담을 주시기도 했다(웃음).

 

이수성 감독과 이수희 프로듀서와 달심이 해피해피 포스터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다른 주연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메인 포스터 촬영을 함께 한 길은혜 선배는 13년간 몰티즈 강아지를 반려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산책 신, 식사 신 등 일상적인 반려생활을 찍을 때 합이 잘 맞았다. 3년 전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냈다고 들어서 위로와 힘이 되고 싶었다. 선배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함께 촬영하는 것만으로 힐링되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였다.

 

길은혜 배우와 달심의 모습이 담긴 메인 포스터. 이놀미디어 제공

 

극중 동물병원 수의사로 나온 신지훈 선배는 반려묘 둘을 모시는 고양이 집사인데 강아지의 마음도 잘 읽는 것 같다. 작품 중 ‘해피니까 꼭 행복해야 한다’는 대사를 자주 하는데 처음엔 눈물이 핑 돌았다.

 

두 선배 모두 연예인 유기동물 봉사단 회원으로 자주 동물보호소를 찾아 온기를 전한다. 동물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 다른 배우와 스태프 중에도 반려인이 꽤 있어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특별 출연한 이웅종 훈련사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반려견 세계의 오은영 선생님 같은 분 아닌가.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놀랐다. 아, 그리고 아역배우가 돌보는 반려견인 구름이도 이번 작품에 출연했다. 제 연기 인생의 첫 후배인데 관객분들이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극중 주인공과 함께 너른 운동장을 달리는 장면이다. 반려마루(경기 여주시)라는 반려동물복합문화센터에서 촬영했는데, 제가 봐도 정말 신이 나서 뛰더라(웃음). 감독님도 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편집 과정에서 흐뭇하게 웃게 되는 신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장면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면서.

 

황유주 배우의 품에 안긴 달심(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김미준 배우의 품에 안긴 달심(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반려마루에는 유기동물 보호소가 있다. 극중 해피가 구조된 유기견으로 반려마루에서 지내다 주인공에게 입양이 되는 걸로 나오는데, 사실 저는 펫숍 출신이다. 감독님은 저를 데려올 때만 해도 반려동물은 모두 펫숍에서 분양받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저를 돌보면서 반려동물에 관해 공부를 했고 그러면서 유기동물과 보호소에 대해 처음 아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유기견 입양이란 스토리를 짜고 반려마루에서 촬영을 한 것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고 입양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해피해피와 다른 동물영화의 차이점은

▲보통 동물영화는 모험스토리가 많은데, 우리 작품은 동물과 인간의 교감 자체를 다룬다. 반려동물이 우울한 사람을 웃게 만들고, 인간과 인간 사이 갈등의 매듭을 풀기도 한다.

 

그러한 반려동물의 달라진 위상이 작품 군데군데서 드러난다. 주인공의 친구는 반려견과 동반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인체용 온열매트로 유명한 업체(자운)에서 출시한 반려동물용 온열매트도 자주 등장한다.

 

반려동물용 온열매트에 앉은 달심(스틸컷). 이놀미디어 제공

 

촬영 기간 중에도 반려동물을 향한 배려를 자주 실감했다. 촬영 장소 섭외에 있어 반려동물 입장을 흔쾌히 허락하고, 촬영팀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 제가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개모차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앞으로 계획과 꿈은.

▲감독님이 후속작 해피해피2를 찍자고 했다. 요즘 감독님이 영화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더 이상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에서도 동물이 자연스럽게 사람의 언어를 쓰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저도 그때를 기다리며 그동안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하면서 준비하겠다. 우선은 현재 전국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번 작품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이 꿈이다. 저의 다음 작품을 위해서도 흥행이 중요할 것 같다(웃음).

 

이수성 감독이 달심을 바라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수성 감독과 달심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상은 이수성 감독과의 인터뷰를 이 감독의 반려견이자 해피해피 주연배우 달심이의 시선으로 재구성 했습니다.)

 

남양주=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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