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 MZ스럽게] 더 젊고 역동적으로…유세 판도 확 바뀌었다

대선 후보들이 MZ세대를 염두에 둔 유세를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지지자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으로 모였다. 응원봉을 들고 K팝 메들리에 맞춰 탄핵, 퇴진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 외신도 주목했다. 재치 넘치는 멘트가 적힌 피켓과 깃발도 등장했다. 그간 정치에서 장외로 여겨졌던 MZ세대, 특히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과격한 것으로 여겨졌던 집회 문화가 M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최근 대선 유세 트렌드에서도 엿보인다. MZ세대는 유세 현장에서 공개 지지연설을 하거나 선거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는 데 자발적으로 나선다. 직접 숏폼과 이미지를 제작해 지지하는 후보의 호감도 제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이재명 후보 캐릭터가 등장하는 국회 담장을 넘어라 게임을 직접 개발했다. 블루퀘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청년 지지자들, 수준급 퍼포먼스까지

 

 정치인 팬카페는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활발하게 운영돼 왔다. 정치인의 팬덤화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를 주도하는 MZ세대의 경우 능동적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둘러싼 억울함을 소명하기 위한 카드뉴스와 숏폼을 제작해 온라인 상에 공유한다. 온라인 뉴스 링크와 유튜브 콘텐츠에 댓글 화력을 지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MZ세대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주요 정당 후보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페이스북과 X(옛 트위터)는 물론 유튜브까지 다양한 창구를 활용하고 있다. 구독자 수가 142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이재명TV 채널에는 이 후보의 유세 현장 모습과 주요 공약 설명, 유명 인사들의 지지 영상 등이 다채롭게 업로드 되고 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들도 온라인을 통해 결집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달 청년들을 위한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블루 퀘스트’를 열었다. 블루 퀘스트는 사용자가 정책을 제안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표시하거나 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SNS)와 기능이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청년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추천을 많이 받은 정책은 민주당이 직접 답변하고 공론화할 예정이다.

 

 블루 퀘스트에서는 이 후보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12.3 내란의 밤: 국회 담장을 넘어라’ 게임과 이 후보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이재명의 삶: 틀린 그림 찾기 게임’ 등도 즐길 수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디지털 콘텐츠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 후보의 청년 지지자들이 댄스 경연을 연상시키는 수준급 퍼포먼스를 선보인 모습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후보의 기호인 1이 새겨진 파란색 티셔츠와 캡모자를 쓰고 수준급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청년부 시너지유세단이다. 실제 비보이 출신 팀원들로 구성됐으며, 무더운 날씨에도 전국 각지를 돌며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의 민생 활동 모습을 모아 만든 파파미 콘텐츠가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파미 김문수, 학식 유세 이준석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문수TV(구독자 40만명)에서 ▲김문수의 파파미 ▲김문수의 진심 ▲김문수의 성장 ▲김문수의 청렴 등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나눠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이 중 파파미는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를 줄인 말로,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미담을 발굴해 밈으로 만드는 문화를 활용한 코너다.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각종 민생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한 모습을 국민의힘의 상징인 빨간색 배경에 이어 붙인 이미지도 유행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김문수 뒤에 아무 키워드를 붙여 검색해도 결괏값이 다 나온다며 그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얼마나 민생 활동에 열심이었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밥퍼 문수, 엿장수 문수, 브레이크 문수 등 다소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수 있지만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친근함을 어필하는 측면에서 김 후보도 밈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지자들이 직접 창작한 밈 콘텐츠들을 숏폼으로 게시했다. X 계정에는 지지자가 유튜브에 게시한 숏폼을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경선 시절에도 스스로 ‘문수형’이라는 별명을 앞세워 친근감을 강조한 디지털 콘텐츠를 다수 업로드한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국 대학 캠퍼스를 찾아 학생들과 직접 식사를 하며 ‘학식(학생식당)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학식먹자 유세 운동은 한국항공대·한국외대·충남대·성균관대·연세대·경북대·부산대·서울교대·인하대 등에서 진행됐다. 이 후보는 또 이달 MZ세대 핫 플레이스인 서울 성수동과 홍대거리, 종로구 서순라길, 송파구 석촌호수 등에서 유세를 이어가며 청년 표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능동적이고 개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SNS를 통해서도 자신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데 이는 기성세대와 확실히 다른점”이라며 “이처럼 MZ세대가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영향력을 외면할 수 없어졌다. 대선 후보들도 이를 반영해 ‘젊음’을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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