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림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그 원인을 단순 피로나 자세 문제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손발 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주 재발하거나 점점 증상이 심해진다면 말초신경계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만성화 되기 전에 원인을 파악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며, 말초신경은 팔과 다리 같은 말단 부위에서 감각과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 저림, 감각 둔화, 근력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손발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상 감각은 말초신경 손상의 대표적인 초기 신호다. 단순히 자세나 피로 탓으로 여기고 넘기기보다는 증상의 빈도와 양상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초신경 손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팔꿈치터널증후군처럼 특정 부위의 신경이 반복적으로 눌리면서 발생하는 압박성 신경병증이 흔하며, 이 경우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도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혈당 조절이 되지 않으면 말초신경이 점차 손상되어 저림, 타는 듯한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된다. 그 외에도 신장 질환, 갑상선 이상, 알코올 남용, 특정 약물의 부작용, 영양 결핍 등 다양한 요인이 말초신경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의 양상은 원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경우에는 저림이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되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통증이 점차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악화되기도 한다. 밤에 통증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감각이 둔해지거나 통증이 화끈거리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는 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을 우선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를 통해 손상 부위와 범위를 확인한다. 당뇨나 신장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의심될 경우에는 혈액검사나 추가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게 된다.
치료는 원인과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에는 철저한 혈당 조절이 기본이며 신경통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압박성 질환의 경우, 손목 보호대 착용이나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을 통해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알코올이나 약물로 인한 신경 손상은 원인 물질의 중단이 우선이다. 이 외에도 비타민 B1, B6, B12 등의 부족으로 인한 신경 이상이 있다면 영양제를 통한 보충 치료가 도움이 된다.
하남 연세나은신경과 이현정 대표원장은 “말초신경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을 방치하거나 진단이 늦어질 경우,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 등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손발 저림을 단순한 피로로 여기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습관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거나 손목, 팔꿈치에 반복적인 부담을 주는 행동은 말초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손목 스트랩 등을 활용해 신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금주와 같은 생활 습관도 신경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