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와 미식을 즐기기에 최고라더군요. 주변의 추천에 휴가를 내고 왔어요.”
알밤으로 유명한 충남 공주시 정안면이 반려가족을 위한 특별한 먹거리 축제 장소로 뜨고 있다. 정안 농공단지 내 위치한 하림펫푸드가 매주 진행하는 ‘해피댄스 스튜디오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다. 최근 반려견 ‘가비’와 동반한 투어 참가자는 “평소 산책 말고는 교감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펫푸드를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며 엄지를 세웠다.
해피댄스 스튜디오는 2017년 문을 연 하림펫푸드의 생산 시설(공장)로, 독특한 명칭은 반려동물을 춤추게 만드는 음식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앞발을 들고 키친을 바라보는 듯한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에서 더리얼, 밥이보약, 가장맛있는시간30일 등 주식 브랜드 제품과 수제간식 등이 생산된다.

이날 오후 스튜디오로 목줄을 했거나 개모차를 탄 강아지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투어 참가를 위해 평일임에도 서울, 경기 오산시·고양시·안성시, 대전, 충남 천안시 등 전국에서 14팀이 집결했다. 사람끼리는 서먹해도 강아지끼리는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나눴다.
◆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전시회에서 작품을 보듯
투어가 시작되고 두 가이드의 안내 아래 강당으로 이동했다. 입장 전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 먹을 수 있는 팝콘이 제공됐다. 사람용 소파와 강아지용 쿠션에 각자 자리를 잡자 불이 꺼지고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떴다. 가이드는 “강아지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곧 하림펫푸드의 철학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재생됐다. 여러 동물들이 주인공이며 사람의 언어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를 끈 영화 <플로우>를 보는 듯했다. 영상 속 개과 동물의 하울링에 한 반려견이 “멍멍” 하고 짖자 실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강당 밖에서 다음 코스가 이어졌다. 벽에 새겨진 하림펫푸드 브랜드 소개 및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영양소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가이드가 설명을 했다. 하림닭고기로 대표되는 모기업 하림에서 공급과 보증하는 식재료만을 사용해 사람 먹거리와 동일한 철학 아래 생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100% 휴먼그레이드라는 하림펫푸드의 슬로건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펫푸드 정보가 담긴 제품 라벨을 보는 법, 반려동물의 연령에 맞는 사료 고르는 법 등 반려생활의 팁도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설명했다. 마치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듯 했다. 그동안 하림펫푸드가 수상한 각종 상과 인증서도 직접 볼 수 있었다.
◆ 사료 제조과정 눈으로 확인… “사람이 먹어도 맛있네!”
다음 코스는 ‘키블로드’로, 걸어가면서 유리창 너머로 제품 공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키블(Kibble)은 사료 알갱이 하나를 의미한다. 키블로드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원료 창고의 원료들이 계량·분쇄·배합 후 반죽되고 쿠킹을 거쳐 포장까지 과정을 순서대로 볼 수 있었다. 강아지도 볼 수 있도록 하단에도 유리창이 마련됐다.

가이드는 “오리, 연어, 닭고기, 소고기 등 사람이 먹는 생고기에 브로콜리, 당근, 콩, 케일, 블루베리 같은 부재료를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한 공기이동 방식으로 옮긴다”며 “고기의 뼈와 부산물을 갈아서 태운 육분을 사용하는 타사와 달리 우리는 생고기를 쓴다”고 강조했다. 생고기 처리기계인 익스트루더 등 설비 소개가 이어졌다.
당일 생산된 사료가 한 봉투씩 선물로 주어졌다. 사람이 먹어도 된다는 말에 몇몇이 사료를 입 안에 넣었다. 직접 먹어보니 단순히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김은경 하림펫푸드 해피댄스 디자이너(BM팀장)는 “반려인 대부분이 사료는 맛이 비릿하고 냄새도 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육분을 사용하고 생산 후 최소 2개월 이상이 흐른 수입 사료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생고기 등 100% 식품 원료를 쓰고 합성보존제는 넣지 않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자부했다.
◆ “댕댕이 한 입, 나 한 입”… 개슐랭 레스토랑&카페
하이라이트는 미식 코스였다. 개슐랭 식당에서 반려견 코스요리를 즐기는 자리로, 단호박 수프, 유니짜장면, 스테이크, 아이스크림·쿠키가 순서대로 나왔다. 짜장면은 4월 블랙데이를 기념한 시즌 먹거리로, 춘장 대신 캐롭 가루, 밀가루 면 대신 옥수수 면을 사용했다.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현한 것. 다른 코스 음식들도 이곳에서 개발한 제품이거나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간식이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강아지들은 앞발을 들며 춤을 추고 반려인들은 사진과 영상 촬영에 열중이었다. 강아지 입맛에 맞춘 음식이긴 하지만 사람도 먹을 수 있다.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 간을 뺀 음식이라 심심한 맛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카페로, 반려견은 푹 쉬고 보호자는 쇼핑에 나섰다. 진열된 하림펫푸드 전제품을 30% 할인가로 살 수 있었다. 대부분 보호자들이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반려인을 위한 선물로 하림의 푸드 브랜드 더미식의 먹거리(약 2만원 상당)가 전달되면서 투어가 마무리 됐다. 오전 투어는 더미식 갈비탕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 “반려동물도 식구(食口)인 시대”… 참가자들 대만족
김은경 팀장은 “이곳 스튜디오는 설계할 때부터 고객 투어를 염두에 두고 지었다. 휴먼그레이드 원료를 식품 수준의 제조시설에서 만드는 하림펫푸드의 특장점을 고객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바랐다”며 “단순 견학이 아닌 반려동물과 체험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식구란 같은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이를 뜻하지 않나”고 말했다.

참가자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치와와 ‘가을이’와 커플룩을 차려 입고 방문한 보호자는 “안성에서 1시간 반을 달려서 왔다. 펫푸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고, 강아지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푸들 ‘루이’와 서울에서 왔다는 김진선씨는 “운 좋게 취소표를 구해서 올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며 “처음 왔을 때 선물로 받은 샘플 사료를 먹고 루이가 모질이 좋아지고 눈물을 흘리는 증상도 없어졌다. 곧장 사료를 바꿨다. 주변에 홍보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견 중 최고령인 14살 믹스견 ‘달봉이’의 보호자는 “어렵게 예약에 성공해 천안에서 넘어왔다. 펫푸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니 신뢰감이 생겼다. 달봉이가 음식을 맛있게 먹어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며 웃었다.
스튜디오가 문을 열고 이듬해인 2018년 시작된 투어는 코로나팬데믹 시기에 잠시 중지됐다가 2023년 11월부터 다시 운영 중이다. 오는 6월까지 예약이 선마감 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참가 희망자들의 요청에 최근 투어 일정을 확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오전 10시, 오후 2시), 첫째·셋째 주 토요일(오전 10시, 오후 2시) 반려가족을 만나고 있다.


김은경 팀장은 “지난해도 거의 모든 일정이 정원(20팀)을 채우면서 약 1500명 보호자가 반려견과 투어에 참가했다”며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도 많은 반려가족이 투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어를 마친 고객들이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내 아이에게 먹이는 음식을 만든다는 진정성과 책임감을 품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공주=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