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 열풍에 국내 거래소 점유율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2위 빗썸이 나란히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다음달부터는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매각이 허용되면서 국내 거래소들은 제도 지원을 앞다퉈 내세우며 법인 회원 모집에 나섰다. 가상자산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이들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승격됐고, 빗썸은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나무는 지난해 자산 총액 9조4700억원(53위)으로 공시집단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는 15조8700억원(36위)으로 급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 대기업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17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상위 대기업으로 재지정됐다. 두나무가 상출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빗썸도 자산총액 5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재계 90위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했다. 이로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톱2는 모두 대기업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 국장은 “지난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됐다”며 “그에 따른 거래소 고객 예치금이 증가해 가상자산업 주력집단인 두나무, 빗썸의 자산이 증가하고 순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영향력은 법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로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달부터 지정기부금단체나 대학 등 비영리법인과 거래소 등도 가상자산 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제4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비영리법인과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매도 거래 계좌를 발급받아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발표했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5년 이상 된 외부감사 대상 법인부터 매각을 허용하되 3개 이상 원화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에 따라 현재 가상자산을 기부받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화를 못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등 4개 대학의 가상자산 매각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단계 후속조치인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방안도 오는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사유를 인건비와 납세 등 운영경비 충당 목적으로 한정하고, 자기 거래소를 통한 매각은 금지했다. 매각 대상 가상자산도 원화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개로 제한하고, 일일 매각 한도는 전체 매각예정 물량의 10%로 한정하는 등 안전장치도 뒀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가상 자산에 대해 법인 대상 거래 유동성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는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도 코인을 거래할 수 있단 전망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법인 회원의 가상자산 활용 범위가 커지면서 빗썸, 코빗 등 국내 거래소의 법인 회원 영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권과의 제휴를 통해 영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거래량이나 시가총액이 미미하거나(좀비코인), 용도 또는 그 가치가 불분명한(밈코인) 가상자산의 경우, 무분별한 상장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별 자체 기준도 마련토록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방안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위 출범과 함께 논의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방안이 첫 걸음을 뗐다며 앞으로도 가상자산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