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대한민국] 尹 만장일치 파면…정치권, 조기 대선 준비 분주

민주당·국민의힘, 선관위 꾸려 경선 모드
추경 등 민생과제, 대선에 밀릴 우려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을 꽉 채우는 6월 3일이 대선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말 동안 잠시 숨을 고른 정치권은 여기에 맞춰 대선 경선 준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이튿날인 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사회대개혁 집회 및 승리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관 8명 전원 만장일치로 파면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퇴거를 준비 중으로, 퇴거 시기는 일러야 내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퇴거 이후 서초동 사저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60일 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발 빠르게 경선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르면 오는 8일 조기대선 날짜를 정한다. 헌법상 규정된 60일을 꽉 채운 6월 3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과 2당인 국민의힘은 여기에 맞춰 대선 경선 준비에 들어간다.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사퇴 시한인 다음달 4일 전에는 경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숨 가쁜 경선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대선 시간표가 촉박한 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적어도 이달 말쯤에는 대선 후보를 확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당은 조만간 구체적인 경선 로드맵을 발표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일 지정 이튿날인 오는 9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경선 준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선 기간에도 본선용 중도 확장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두관 전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의 충격파 속에 주말 동안 자숙 기간을 가진 국민의힘은 이번주 초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등록 개시를 공고할 예정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정치 행보가 주목받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대권 경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원톱이 없는 상태다.

 

 이번 조기 대선의 승부처는 중도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등 대미 통상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주가 하락, 계엄 정국 이후 치솟은 환율, 영남 대형 산불 등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민생 상황과 무관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옹호로 헌정질서는 물론 민생과 경제가 붕괴한 만큼, 국가 정상화에 앞장서겠다고 부각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상임위별로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기치를 내세우는 동시에 정책 정당 면모를 부각하며 중도 민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에 대한 중도∙보수층의 거부 정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게 자체 진단이다.

 

 한편, 대선 전 여∙야∙정이 머리를 맞댔던 민생 입법과제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장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주목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3조원 안팎의 산불 피해 복구 예산을 포함한 10조원 필수 추경론을 띄운 가운데, 민주당은 소비 쿠폰 등 대규모 소비 진작 사업을 포함한 35조원 추경론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이 사활을 건 단기 대선 레이스에서 추경 등 민생 정책 과제가 대선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관세 부과와 산불 등 대내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됨에 따라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가 효과적으로 제거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추경 예산의 규모와 시기는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산불 대응과 기존의 본 예산 정상화를 위해 비교적 소폭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대선 이후 대내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 HSBC 등도 추경예산 편성이 보다 가시화될 수 있고, 규모 역시 일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정부가 추진하는 10조원보다 큰 20조∼25조원의 추경을 예상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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