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검찰 내란 혐의 수사기록의 탄핵심판 증거 채택 문제를 두고 재판관 2명이 각각 ‘완화 적용’, ‘강화 적용’으로 이견을 보인 것이다.
이날 헌재가 공개한 ‘2024헌나8’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보면,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별도의 보충의견을 통해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행사의 정지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므로 신속한 심리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된다”고도 밝혔다. 두 재판관은 강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와 피고인의 지위를 재판 절차에서는 대등하게 맞추고자 하는 게 형사소송법의 취지라고 풀이했다. 국회가 수사권을 가진 게 아닌 한 탄핵심판은 그럴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앞으로는 탄핵심판 절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충의견’은 재판부의 결론에 의견을 함께 하지만 일부 법리 등을 두고 다른 입장이 있을 경우 덧붙이는 내용이다.
이번에는 파면 결정과 절차에 동의하지만, 추후에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전해진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음)을 엄격히 따르며 증거 채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두 재판관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법질서의 통일성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저해될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일치를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4명의 재판관들은 이와 관해 보충의견을 내지 않았으나, 주심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2월 11일 변론에서 형사소송법을 완화해 적용한다는 헌재 평의 결과를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내란 공범 혐의를 받는 인사들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채택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1월 23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2월 4일) 등이 헌재에 출석해 수사기관 피신조서에 담긴 진술과 다른 발언을 했던 바 있다.
또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던 다른 관계자들의 피신조서도 증거로 채택했다. 2월 11일 윤 대통령 측이 “법정에서 반대 신문을 통해 확인한 후 증거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변호인 진술 입회 및 확인을 거쳤다며 이를 배척한 게 한 사례다.
헌재법 40조는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피신조서 채택에 반발하면서 제시한 근거가 이 조항과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이다. 전문법칙은 지난 2020년 개정됐던 형사소송법 312조를 뜻한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 공범에 대한 피신조서도 포함된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방해하고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문제가 됐던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인 피청구인이 그 직위에 따라 부여 받은 고유한 의무와 책임을 고려해 그의 직무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해 그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라며 “형사재판과 같이 공범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보충설명했다. 이어 “비록 피청구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그 진술과정이 영상 녹화된 조서 또는 진술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했고 그 변호인이 진술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한 조서에 대해선 증거로 채택함이 타당하다”고 견해를 표명했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심판에서는 공범의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증거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312조 4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공범 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두 재판관은 만약 이 조항이 탄핵심판에 그대로 적용됐을 경우에는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일부 조서의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부인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또 “탄핵심판절차의 공정성 강화는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결정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제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