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수출 영토가 한층 더 넓어질 전망이다. 한국산 ‘명품 무기’ K9 자주포의 베트남 진출이 임박했다.
20일 방산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은 K9 자주포의 베트남 수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 중으로 조만간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물량은 K9 자주포 약 20문이다. 금액으로는 3억 달러(약 4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4월 한국산 K9 자주포의 조속한 도입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응우옌 홍 퐁 베트남 포병사령관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영접한 자리에서 “지난해 방한했을 때 K9 자주포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베트남에 K9 자주포가 도입될 경우 제204포병여단에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방산의 대표 효자 상품인 K9 자주포는 현재 호주, 이집트,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루마니아 등 9개국에 수출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루마니아가 계약을 맺으며 한국을 포함해 K9 10번째 운용국으로 합류했다. 베트남이 K9 자주포를 도입하면 세계 11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된다.
K9자주포 베트남 수출은 한국 방산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베트남으로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첫 사례여서다. 과거 한국 정부가 베트남에 퇴역한 초계함을 무상으로 공여한 적은 있지만 무기를 판매한 경우는 없다.
공산주의 국가로의 사상 첫 수출이라는 의미도 있다. 베트남은 과거 미국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군과도 교전했고,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지금도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그동안 한국 방산업계는 수출 영토를 넓히는 와중에도 암묵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나 군부정권 등과는 거래를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베트남 측이 적극적으로 K9 도입을 검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수출 계약액 95억 달러(약 13조8000억원)에 그친 K-방산은 올해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넓혀 최대 실적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방사청은 올해도 지난해 방산 수출 목표였던 200억 달러(약 29조원) 수준의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국내 정세와 관계없이 방사청은 2025년에도 정부의 방산 수출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올해는 작년에 이월된 사업을 포함해 역대 최대 방산 수출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