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대참사] "엄마 사랑해" 마지막이 된 딸의 카톡…제주항공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유족들이 브리핑 내용을 듣고 있다.  뉴시스

 

 “졸업사진도 같이 찍기로 했는데...”

 

 지난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착륙 도중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희생자 중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에 나선 가족과 동료들이 많아 비통함을 더했다. 패키지여행이 주를 이루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사례가 많았다. 비행사고 직전 가족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속속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이 더욱 커진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앳된 여중생들의 울음소리가 듣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참사로 변을 당한 중학교 3학년 A 양의 소꿉친구 5명은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여러 번 흐느꼈다. 분향소를 서성이던 이들은 A 양과 다른 반이지만 같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죽마고우라고 했다. 두 달 후 열리는 졸업식에서 6명이 모여 단체 사진을 함께 찍자는 A 양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안타까워했다.

 

 A 양의 친구 김모(16) 양은 “중학교도 같이 졸업하고, 졸업사진도 같이 찍기로 했다”며 사소한 일상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이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희생자들의 기구한 사연을 접한 일반 시민들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들의 허망한 죽음에 명복을 빌었다.

 

 앞서 항공기 사고 직전인 이날 오전 9시1분, 사고 희생자인 딸이 어머니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B씨가 공개한 카톡 캡처본을 보면, 딸은 어머니에게 공항 시설물과 충돌하기 불과 2분 전에 카톡을 보냈다. 딸은 사고 직전 “엄마, 비행기에 새가 껴서 착륙을 못하나봐 갑자기 전화하래. 안 받아서 카톡 남겨 엄마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전송했다. 사고기에서 승무원 2명 외 생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 메시지는 딸이 생전에 보낸 마지막 카톡 메시지로 남았다.

 

 C씨도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3분 전에 가족으로부터 항공기가 비상 상황이라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B씨의 가족은 오전 9시에 “잠깐 있어.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고 카톡을 보냈다. B씨가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묻자 C씨의 가족은 “방금”, “유언해야 하나”란 메시지를 남겼다. B씨가 재차 “어떻게 하냐. 왜 전화가 안 되냐”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화창에서 수신자가 메시지를 읽지 않은 상태임을 뜻하는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고기는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중소 여행사가 방콕 여행을 위해 모객한 제주항공 전세기다. 해당 패키지 여행상품은 지난 25일 오후 8시50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콕 수완나폼국제공항으로 이동한 후 같은 달 29일 오전 8시30분에 귀국하는 3박5일 일정이었다. 희생자들은 크리스마스∙연말∙기념일 등을 맞아 가족여행이나 지인 모임에 나섰다가 참사를 당했다. 전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한편 국토교통부 등 사고 수습 당국은 이날 사고기를 운용한 제주항공에 대해 항공 안전 감독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의)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사실 통계로 나오는 수치”라며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하는 등 강도 높게 항공 안전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사망자 가운데 지문 채취가 불가능한 것으로 최종 파악된 28명에 대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 검안의를 추가로 파견하고, DNA 감식을 약 2시간 안에 할 수 있는 ‘DNA 신속 판독기’ 3대를 현장에 투입하는 등 사망자 신원 확인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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