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의 가전 구독(렌털) 서비스가 핵심 사업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제품 종류와 관련 매출 모두 늘며 해당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지난달 21일 장래사업·경영계획 관련 공시를 통해 올해 구독사업의 매출 목표를 1조8000억원(케어서비스 포함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털로 관련 시장에 발을 내디딘 후 꾸준히 품목을 확대하고 제휴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정수기나 비데 위주였던 렌털 품목은 대형 가전까지 늘어났다. 지난 7월엔 기업 간 거래(B2B) 고객을 위한 클로이(CLOi) 로봇과 프리미엄 환기 시스템까지 구독 서비스에 추가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서 “LG전자 H&A본부는 렌털 브랜드명을 ‘가전 구독’으로 변경한 후 소형가전 중심의 기존 렌털사업의 틀을 깨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으로 품목을 확대하며 생활가전 패러다임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현재 LG전자의 가전 구독 제품 수는 32종으로 구독 품목 수는 300개가 넘는다.

가전 구독 서비스는 매월 일정 구독료를 내고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다.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까지 구독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소비자는 4년 이상 구독할 경우 가전 구독 기간 만료 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거나 반납할 수 있다. 고온·고압 살균, 필터 교체, 내·외부 토탈클리닝 등 관리가 까다로운 가전들도 꼼꼼하게 케어하는 것은 물론, 구독 계약 기간 내 무상 A/S도 제공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구독 가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구매비용도 줄어든다. 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하고 케어 서비스만 구독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정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모품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이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 구독은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서 “케어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제품을 관리해준다는 점도 고객들이 메리트를 느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구독 서비스는 LG전자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연간 구독 매출은 1조1341억원(케어서비스 포함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매출성장률(CAGR)도 약 30%에 육박했다. 올해 가전 구독 매출이 60%가량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 연 매출액은 1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에 따르면 LG베스트샵에서 대형 가전(정수기 제외) 구매자 중 35% 이상이 구독을 선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가전 구독은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른 가전기기의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케어 등 다양한 솔루션 서비스 부문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B2C의 사업 변동성을 B2B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신규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해외에서도 구독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에선 2019년부터 정수기 구독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엔 이를 대형 가전 구독까지 확장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IFA 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구독 서비스 등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언급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