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일산에 거주 중인 김 모(32)씨는 지난달 일본 여행 중 기념품을 구매하면서 ‘컨택리스(비접촉식) 카드 결제 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했다.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는 카페에서 컨택리스 결제를 시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점원이 “카드 꽂아주세요”라고 안내하는 순간 단말기에서 ‘결제가 완료됐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김 씨는 “컨택리스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은데, 점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더 빠르고 편리한데 아직 보편화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컨택리스 결제는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겸용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90도로 누워있는 와이파이 문양만 있다면 가능하다. 카드를 꽂는 번거로움도 없고, 결제 속도도 접촉식보다 빨라 효용성이 높다. 결제 시 데이터를 일회성으로 암호화해 생성하기 때문에 카드 복제와 같은 해킹 위험이 없어 보안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는 컨택리스 결제가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 컨택리스 결제 비중은 2.4%에 불과했다.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에서는 95% 수준이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도 60~70%가 넘었다. 그만큼 차이가 크다.
이는 컨택리스 결제를 위한 단말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EMV 규격을 적용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필요한데, 국내 전체 가맹점의 보급률은 10% 안팎인 실정이다. EMV는 유로페이의 E, 마스터카드의 M, 비자카드의 V로부터 파생된 글로벌 표준 컨택리스 규격이다. 유럽에선 EMV 단말기가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인식과 경험의 차이도 존재한다. 비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 컨택리스 결제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 경험자의 83.8%가 앞으로 이용하겠다고 응답했고, 해외 컨택리스 결제 경험자의 86.9%가 만족했다고 답했다. 국내 카드사들도 컨택리스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내놓고 있고, 애플페이 도입을 통해 EMV 단말기를 사용 중인 상점도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 컨택리스 결제를 시도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시도하더라도 점원이 컨택리스 결제 방식을 몰라 접촉식 결제 방식을 요구하니, 대중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컨택리스 결제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접촉식 결제 방식보다 신속성, 위생성, 보안성 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말기가 더욱 보급된다면 컨택리스 결제는 향후 보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