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무섭다.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월세화 가속에 서민의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17만227건)의 51.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8만4287건으로 월세보다 3453건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월세 거래량이 9만310건, 전세 거래량이 11만6272건으로 월세 비중이 43.7%였다. 1년 사이 월세 비중이 7.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월세 거래 증가보다 전세 거래가 크게 급감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 1∼9월 월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전세 거래량은 27.5%나 줄어 전세 거래량 감소 폭이 월세의 약 10배에 달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는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넘어서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2025년까지 월세 거래 비중이 연간 기준으로 50%를 넘은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44.5%가 연간 월세 거래 비중 최고치다.
올해 1∼9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보다 많은 지역은 1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많은 지역은 금천구·종로구·중구·구로구 등 4곳뿐이었으나 올해는 여기에 강남구·강북구·관악구·광진구·동대문구·마포구·영등포구·용산구·중랑구 등 9곳이 추가됐다.
자치구별로는 종로구의 월세 비중이 6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랑구(64.9%), 구로구(63.1%), 중구(59.6%), 금천구(58.7%), 용산구(56.9%), 동대문구(56.7%), 관악구(56.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랑구는 월세 비중이 작년 같은 기간 44.6%에서 올해 64.9%로 20.3%포인트 높아져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양천구는 월세 비중이 42.1%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성북구와 도봉구(각 44.7%), 강서구(45.6%), 동작구(46.0%) 등에서도 전세 거래량이 월세보다 많았다.
주택 임대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도권 월세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44만3000원)보다 21만8000원 높았다. 1년으로 환산하면 월세로만 약 1993만원을 내야 한다. 중위 월세도 같은 기간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높아졌다.
고속 월세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과 규제에 따른 전세매물 감소 등이 꼽힌다. 입주 물량 감소로 신규 임대주택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월세화로 가장 타격을 받는 건 청년 및 주거 취약계층이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내야 하는 청년층은 서울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월세살이보다 상대적으로 자산 형성에 유리한 전세를 살던 무주택자들도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