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3.2%로 0.6%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 조짐에 힘입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상향 흐름에 가세한 모습이다.
2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6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이같이 수정 제시했다. 지난 7월 종전 전망치에서 2.6%로 높여 잡은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큰 폭의 상향 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주요 국내외 기관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2.6%를 제시했다. 한국은행(3.3%)을 비롯해 정부(3.0%)와 한국개발연구원(KDI·3.2%)이 3%대 안착을 전망한 바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균 전망치 역시 최근 3%대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ADB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2.0%)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1.9%)와 비교하면 0.4%포인트 높여 잡은 수치다. 올해 가파른 반등세를 보인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대폭 상향의 핵심 배경으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을 꼽으며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한국산 첨단 반도체 수출이 강력한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부문의 온기가 제조업 생산 증가와 기업 설비투자 확대로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민간소비 등 내수 지표의 회복 흐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ADB는 “물가 안정과 실질임금 개선 흐름이 더해지며 민간소비가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수출 중심의 경기 반등이 시차를 두고 내수 전반으로 온기를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은 늦추지 않았다. ADB는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전환 속도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분절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여전히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할 수 있는 하방 요인”이라며 “견조한 수출 랠리를 바탕으로 견실한 3%대 성장률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제언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의 2.7%를 그대로 유지했다. ADB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국내 수요 강세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이 이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역시 지난 7월과 같은 2.2%로 전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의 완화와 통화 당국의 긴축 통화정책 효과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진적으로 목표 수렴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