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직전서 절충점 찾나…한미 대미투자, 22일 국회 보고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간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세부 협상이 ‘상업적 합리성’ 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21일 현재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 상업적 합리성 확보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양국이 절충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국회 비공개 보고가 진행되고, 이르면 23일 대미투자 1호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상호관세 관련 합의를 이룬 이후 약 9개월간 대미투자 세부 사업과 투자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정부는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협상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보고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21~22일 보고 가능성이 거론됐고, 현재는 22일 오전 9시30분 비공개 보고 일정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한국이 실제 투자에 나설 사업이 충분한 수익성과 원금 회수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한국 정부는 개별 사업의 상업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 투자 중단이나 이익 배분 비율 조정 등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투자금 회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I-SPV) 설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한국 기업의 벤더 참여 등을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명문화하는 방안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러 사업을 하나의 우산식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묶어 사업별 수익 편차에 대응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이 부진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손실 위험을 관리하는 방안 등도 한국 측이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 측은 일부 사업을 투자 대상에 우선 포함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양측 간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투자액 200억달러라는 송금 한도를 협정에 명문화하는 문제 역시 쟁점으로 거론돼왔다.

 

◆텍사스 발전소·원전·알래스카 LNG가 1호 사업 후보

현재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핵심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이다.

 

특히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확보 여부와 전력 판매처가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원전 사업에서는 최대 8기의 신규 원전 건설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기술과 한국형 APR-1400의 참여 방식 등을 놓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 역시 투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업 규모와 경제성 등을 둘러싼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미국 측이 제안했던 루이지애나 LNG 수출터미널, 미국 중서부 탄소포집·저장(CCS) 사업,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사업 등은 한국 측의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최종 투자안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적 합리성’ 판단 기준도 변수

한국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확정한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령은 개별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배분되는 총 예상 수입으로 투자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상업적 합리성 판단 기준을 담고 있다.

 

문제는 금융시장 환경 변화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투자사업이 요구받는 수익률 문턱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한미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연 4.73% 수준이었던 미국 2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40%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원리금 회수를 위해 필요한 사업 수익률도 16.1%에서 17.0%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전력 판매계약이나 미국 정부의 지급·대출 보증, 추가 공사비 발생에 대한 위험 분담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투자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보잉·GE 구매계약 체결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보잉·GE 구매계약 체결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22일 국회 보고가 사실상 1차 분수령

현재로서는 22일 국회 보고가 이번 협상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산자위는 22일 오전 9시30분 산업부로부터 대미투자 1호 사업 관련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받을 예정이다. 재경위 역시 같은 날 산업부 및 재정경제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지 않더라도 중간보고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회 보고 이후 양국 간 최종 문안 조율이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23일 대미투자 1호 사업에 대한 MOU 서명 및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투자 대상 사업의 세부 조건과 투자금 회수 구조, 손실 부담 주체, 연간 송금 한도 등 핵심 쟁점이 모두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결국 이번 협상의 관건은 대미투자의 전체 규모 자체보다 각 사업의 수익성과 원금 회수 가능성을 어떻게 계약상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9개월 가까이 이어진 한미 간 대미투자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22일 국회 보고에서 공개될 구체적인 투자 조건이 최종 타결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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