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물병원별 개별 진료비 공개를 추진하면서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둘러싼 보험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의료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수의계의 반발도 거세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따를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병원별 진료비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통계(평균값·중간값 등) 공개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 4000여 개 동물병원의 항목별 진료비가 개별적으로 공개된다.
현재 동물 의료는 명칭과 치료 방식, 수가 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동일한 처치라도 병원별 가격 편차가 극심하다. 이로 인해 반려인들이 치료비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비용 격차를 완화하고 정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침체된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료 데이터 부족 탓에 보험료는 높고 보장 범위는 좁아지는 구조적 한계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약 2%에 불과해 영국(25%), 일본(12%) 등 주요국을 크게 밑돈다.
반면 수의계는 진료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조치라며 저지에 나서고 있다. 동물의 체중과 건강 상태, 마취 위험도, 검사 범위에 따라 처치 비용이 달라지는 구조에서 단순 가격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나친 가격 출혈 경쟁이 진료 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한수의사회는 국민의 알 권리와 동물의료 정보 공개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직접 규제 대상인 수의계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수의사회는 농식품부에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철회와 함께 규제영향분석서의 작성·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를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수의사회는 소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의 재논의를 요구하는 한편, 동물 자가진료와 동물용의약품 유통·처방 체계 개선 등 근본적인 제도 보완책을 병행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