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특허가 국내 기술혁신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특허 출원은 8년 새 약 7배 늘었고, 같은 기간 AI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6.8배 가까이 증가한 게 이를 방증한다. AI 기술혁신의 양상이 산업별로 다른 만큼, 분야별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정책과 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AI 기술혁신의 분야별 구조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AI 특허 출원은 2015년 2521건에서 2023년 1만7609건으로 약 7배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7.4%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특허 출원의 연평균 증가율은 0.9%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AI가 국내 특허 출원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등록 특허에서 AI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9.0%로 대폭 상승했다. 다만 2023년 기준 미국과 중국 내 AI 특허의 비율이 약 20% 수준인 점에 견줘선 아직 그 비중이 절반 수준에 그친다.
AI 기술 개발의 주체가 다양해진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15년 AI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921개였는데 2023년엔 6293개로 약 6.8배 증가했다. 국내 기업이 새로운 특허 출원을 주도했다. 8년 새 국내 기업의 AI 특허 출원 비중은 47.3%에서 59.4%로 늘었다.
AI가 기술 융합의 촉진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 기술 분야 내에서 이전까지 국내에 등장한 적 없는 새로운 기술 결합을 담은 특허의 비율은 AI 특허가 일반 특허보다 약 1.5~2.4배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분석 기간 내내 유지됐으며, 특허 표본 규모와 초기 기술 폭의 차이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AI 특허 군의 기술 다각화 속도는 일반 특허 군보다 약 18.8% 빠른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러한 우위가 모든 분야에서 균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AI 특허 비중과 기술 결합 다각화 속도를 기준으로 12개 세부 기술 분야를 4가지로 유형화한 결과, 기술 개발과 결합 모두 활발한 ‘선도형’부터 속도가 더딘 ‘미성숙형’까지 분야별로 뚜렷한 격차가 확인됐다. 한 예로 생명의료·헬스 분야는 8년 새 AI 특허 출원이 18.8배 증가해 가장 높은 양적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결합 속도는 주요 12개 분야 중 가장 더뎠다.
보고서는 분야별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정책과 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언어·텍스트, 음성·청각 분야 같은 ‘선도형’은 AI 기술 개발과 새로운 기술 결합이 모두 활발한 만큼 글로벌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농업·식품, 에너지·환경, 보안·인증 분야 등 ‘잠재형’은 AI 도입 초기 단계이지만, 기술 결합이 빠르게 나타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당 분야를 키우기 위해 분야 특화 학습 데이터 구축, 융합 인재 양성·영입 등 기술 개발 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준형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단순히 특허 출원 건수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착시가 생겨서는 안 되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 결합과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는지를 함께 파악해야 한다”며 “일률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분야별 혁신 구조와 병목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을 설계해야 지금의 AI 혁신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