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낮은 한국 시장, 무섭게 밀고 들어오는 中 전기차

씨라이언7 외관. BYD코리아 제공
씨라이언7 외관. BYD코리아 제공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카차트 인공지능(AI)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19만8969대로 전년 동기 9만3568대보다 112.6% 급증했다. 

 

브랜드별 점유율을 보면 단연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중국 브랜드는 지난해 동기 3.0%에서 6.1%로 점유율을 2배로 늘렸다. 반면 국산 브랜드 점유율은 63.7%에서 57.6%로 6.1%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이 성장세를 키우면서 국산 브랜드의 점유율 방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원제조국별 성장률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국 브랜드의 성장률은 +334.6%로 2위인 미국 브랜드(+190.8%)를 크게 앞질렀고, 국산 브랜드(+92.3%)의 약 3.6배에 달한다.

 

월별 등록 추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25년 1월 119대에 불과했던 중국 브랜드 신규등록은 같은 해 9월 1332대로 늘었고 올해 4월에는 2111대를 기록했다. 6월에는 4816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1~7월 누적 등록 대수는 1만5043대로, 지난해 연간 실적 9007대를 이미 넘어섰다. 카차트는 “중국 전기차가 아직 국내 시장의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기존 수입 브랜드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전기차 돌풍을 이끄는 업체는 비야디(BYD)다. 올해 상반기 중국 브랜드 전체 등록 1만2178대 가운데 1만1760대가 BYD 차량이었다. 중국 브랜드 등록의 96.6%에 달한다. 특히 6월 BYD 신규등록은 4676대로 전월 1035대보다 351.8% 급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커 7X. 지커 제공
지커 7X. 지커 제공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수출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며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할 예정이다. 지리(Gely) 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는 지난 6월 중형 전기 SUV '7X'를 국내에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진행 중이다. 샤오펑(Xpeng)도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국내 딜러 네트워크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중국산 승용차에 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존 관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2.5%, 유럽연합(EU)은 최고 45.3%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에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도 대응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시장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시장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국산 전기차가 더욱 빠르게 안방을 파고들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낮은 장벽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과 EU처럼 시장 방어와 생산 기반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응이 더 늦어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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