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한 출렁임을 보이며 1600원선을 넘보던 고점 대비 급락세를 나타냈다. 156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불과 한 달여 만에 1400원선마저 위협받는 등 하락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라지면서 고환율 수혜를 기대했던 수출기업들은 급격한 환 손실과 수익성 악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외환시장의 급등락 속에 경영 계획 수립조차 불확실해진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월간 환율 변동폭은 평균 47.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61.2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역대 월간 평균 변동폭이 40원을 웃돈 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72.2원)과 1998년(97.6원), 금융위기 때인 2008년(68.3원)과 2009년(61.2원)뿐다. 올해 일일 변동폭 역시 평균 8.2원에 달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5.0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최근의 환율 하락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달 1일 장중 최고 1559.2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지난 7일 1416.1원으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이는 무려 143.1원이나 빠진 것으로, 27거래일 하루 평균 하락폭은 5.3원이다. 미국 외환당국의 공조 개입과 달러 약세 흐름,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자금 등 대규모 달러 유입이 겹치면서 수급 방향이 급격히 꺾인 영향이다.
이 같은 환율 급락은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즉각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을 바탕으로 수주 계약을 맺거나 달러 대금을 회수하려던 기업들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대규모 환차손을 안게 됐다.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산할 때 장부상 이익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하락 속도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기존에 구축해 둔 위험회피(환헤지) 전략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들이 연초 수립한 사업계획 기준 환율이 단기간에 무너지면서 수출 대금 회수 시점마다 이익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특히 자체 환위험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의 충격이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입기업이나 내수기업 역시 경영 불확실성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원화 강세 전환으로 원자재 수입 단가는 낮아질 수 있지만, 환율 변동 폭이 너무 커 적정 계약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1300원대 진입을 시도하는 와중에도 추가 하락이나 갑작스러운 재반등 가능성이 상존해 가격 정책이나 연간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 전환과 수급 반전이 겹치면서 환율의 하방 변동성이 커졌다”며 “급등락 장세에서는 방향성 추종보다 외환 포지션 관리와 적절한 환헤지를 통한 변동성 위험 차단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