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韓 경제 영향은] 870원까지 내려갔다…환변동성 더 심해지나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내려가 엔화 환전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내려가 엔화 환전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여름 휴가차 일본 오사카 방문을 계획 중인 직장인 A씨(31)는 최근 환전 앱을 켜는 일이 일상이 됐다. 최근 원·엔 환율이 870원대까지 주저앉았다는 소식에 40만엔을 미리 매수했다. A씨는 “지난해에는 900원대 중반이었는데, 올해는 체감 여행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며 “현지 쇼핑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정밀 기계 부품을 수입해 국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유통업체 대표 B씨(55)는 최근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B씨는 “원·엔 환율이 87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현지 결제 대금 부담이 급격히 줄었다”며 “원자재 및 부품 수입 원가가 10% 가까이 절감돼 가뭄에 단비 같은 상황”이라고 웃어보였다.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선을 위협하며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달 30일 100엔당 878.61원을 찍으며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엔 환율이 870원대까지 밀려난 것은 미·일 금리 격차 극대화와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극단적 누적 여파가 쏠렸던 202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미·일 당국의 개입 영향으로 현재는 100엔당 900원대로 복귀했다. 

 

역대급 엔저에 미·일 통화 당국은 시장에 전격 개입했다. 양국 정부는 가파른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직접 매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미·일 양국이 엔화 방어를 위해 공동 매수에 나선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의 일이다. 블룸버그통신 및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총 13조7800억엔(약 126조원) 규모의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일본 여행 수요와 여름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엔화 환전 규모는 전달 대비 20%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엔화 환전액은 315억엔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본산 부품·소재를 들여오는 수입기업들도 단기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자동차,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치열하게 겨루는 주요 수출 업종에는 비상이 걸렸다. 과거에는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여 완충 작용을 했으나, 이번에는 원화 홀로 절상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금의 엔저 파동은 엔화의 일방적 약세라기보다 원화의 독자적인 강세가 결합된 구조적 ‘디커플링’ 현상이다. 미·일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900원대로 반등했지만, 양국의 금리 차와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수출 기업들은 환변동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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