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31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이유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 50명에게 쿠팡이 각각 현금 10만원 또는 쿠팡캐시 1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앞서 소비자 50명은 지난해 12월 개인정보 유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올해 4월 절차를 시작한 뒤 두 차례 조정기일을 거쳐 쿠팡의 위자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유출된 정보의 범위와 성격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일반 개인정보뿐 아니라 공동현관 비밀번호와 주문내역처럼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까지 외부로 빠져나갔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보가 장기간에 걸쳐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에게는 해커가 직접 관련 이메일을 보낸 정황도 반영됐다. 쿠팡은 추가 피해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위원회는 향후 악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배상액은 기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법원 판단과 정보의 민감성 등을 종합해 1인당 10만원으로 정해졌다. 대규모 정보 유출 소송에서 법원이 통상 이와 비슷한 수준의 위자료를 인정해왔다는 점도 반영됐다.
신청인 대표가 현금 이외의 보상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피해자는 쿠팡캐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신청인 측은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쿠팡은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밝혀야 한다. 별도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된다. 양측이 모두 동의하면 이번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쿠팡이 조정을 수용할 경우 위원회는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계획서 제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조사에서는 회원과 비회원을 합쳐 약 3756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피해자가 모두 10만원씩 보상받는다고 가정하면 배상 규모는 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근거 없는 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약 6247억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쿠팡은 지난 1월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한 바 있다.
쿠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조정안을 받은 뒤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