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방’…1500원대 고환율 잡는 열쇠 될까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 구윤철 경제부총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호성 하나은행장(왼쪽부터)이 6일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맞아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티니 서울’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 구윤철 경제부총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호성 하나은행장(왼쪽부터)이 6일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맞아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티니 서울’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가 대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해 온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제도가 6일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 외환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30년 만에 글로벌 기준에 맞춘 무중단 거래 체제로 전면 전환됐다. 

 

◆멈추지 않는 마켓…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의 의미

 

이번 개편으로 원·달러 외환시장의 거래 시간은 기존 평일 오전 9시~다음 날 새벽 2시에서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확대됐다. 미국 서머타임 기준이며, 윈터타임에는 오전 7시 개장·폐장으로 조정된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평일 내내 24시간 연속으로 시장이 열린다. 설이나 추석 등 평일 공휴일에도 금융기관 간의 원·달러 거래가 중단 없이 이뤄진다.

 

과거 서울 외환시장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오전 9시~오후 3시, 2016년부터 2024년 6월까지는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만 운영됐다. 이후 2024년 7월에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된 데 이어, 약 2년 만에 완전한 24시간 개방을 완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런던 금융시장이 마감된 이후 발생하던 거래 공백을 완벽히 메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야간 시간대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서만 우회적으로 원화 가치를 타진해야 했으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국내 정규 시장에서 직접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밤사이 뉴욕이나 런던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거시경제 이슈와 돌발 변수들이 즉각적으로 원·달러 환율에 반영되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1500원대 고환율, 안정 찾을까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조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며 안정세를 위협하고 있는 1500원대 고환율을 잡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24시간 개장이 환율 하락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카드는 아니지만, 환율의 변동성을 제어하고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키는 데 긍정적인 방어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체제에서는 야간 시간대 거래량이 적은 NDF 시장의 특성상, 작은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도 원·달러 환율이 쉽게 왜곡되거나 널뛰는 경향이 잦았다. 그러나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가동되면 국내외 은행과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야간에도 상시 참여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거래 규모 자체가 커지면 특정 세력에 의한 환율 왜곡 현상이 줄어들고 미세조정이 상시 가능해져 환율 급등락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은 “원화의 현물환 거래가 24시간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NDF 시장에 쏠려 있던 야간 투기적 수요가 국내 정규 시장으로 흡수·분산될 것”이라며 “유동성 공급 주체를 다변화해 1500원선 주변에서 발생하는 변동성 지표를 하향 안정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수출입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도 한결 수월해진다. 해외 시장의 실시간 가격 변동에 맞춰 밤중에도 즉각적인 환헤지(위험회피)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할 때 발생하는 기업들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나 달러 사재기 현상을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구윤철 부총리 “원화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 자신감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인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딜링룸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해 야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실시간 거래 상황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현장에서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은 단순한 거래 시간 확대를 넘어, 외환거래 접근성과 편의성을 선진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평가하며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며,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 부총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국내외 투자자와 수출입 기업이 외환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자본시장과 원화의 매력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과 제도 안착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24시간 공백 없는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총재보 역시 “24시간 개장으로 우리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번 24시간 개장에 머무르지 않고, 내년 1월 본운영을 목표로 밤낮없이 자금 이체와 결제가 가능한 역외원화결제시스템 구축 등 후속 외환시장 개혁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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