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부 리그 코스닥] 한국판 나스닥으로 발돋움할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면서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출범 30년을 앞두고도 여전히 ‘만년 2부 리그’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연내 코스닥 활성화 방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이 미국의 나스닥처럼 혁신·벤처 기업 중심의 성장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16일 코스닥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코스닥은 그동안 혁신 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와 달리 투기적 성격이 강한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약 65%로 유가증권시장(33.6%) 두 배에 육박한다. 개인 중심의 매매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의 실적이나 기술력보다는 테마와 수급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 투자 자금의 유입을 막고 우량 혁신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성장 기업들은 코스닥 대신 코스피나 해외 증시 상장을 선택하면서 코스닥은 ‘중소형주 단기 매매 시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최근에는 코스닥을 떠나는 기업들의 행보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은 최근 임시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의결했다. 시가총액 23조원이 넘는 알테오젠은 코스닥 전체 시총의 약 5%를 차지하는 대표 종목이다. 여기에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 역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위축된 모습이다.

 

코스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미국 나스닥을 본떠 출범했지만, 성장 과정과 시장의 역할은 크게 엇갈려 왔다.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일정 규모에 이르면 코스피로 이전하는 흐름이 관행처럼 굳어진 반면, 나스닥은 대형 기술기업들까지 붙잡아 두며 혁신 기업의 종착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의 배경으로 시장 구조와 정책 방향의 차이를 꼽는다. 지난 20여 년간 정부 차원의 코스닥 활성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단기 처방에 그치며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외형적인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과 자본시장 개혁 기조에 힘입어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코스닥 역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활성화와 지수 상승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시장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단기 매매 구조를 완화하고 기관과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의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연기금은 국민연금과 사학, 공무원, 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를 의미한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나스닥 코스닥의 차이는 진입 장벽보다 퇴출 메커니즘”이라며 “나스닥은 상장 이후 성과가 부진한 기업의 퇴출이 빠르게 이뤄지는 반면, 코스닥은 한계기업의 존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말했다. 또한 나스닥의 수급구조는 성장기업과 기관·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이지만, 코스닥은 내수 의존도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자본의 격차와 글로벌 자본이 요구하는 투명성·지배구조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구조적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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