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외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폭탄 발언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현지 투자 약속 발표 등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업계와 우리 정부가 합동으로 정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수출 기둥이 흔들린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수출 경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25% 관세 부과로 그동안 한국 자동차의 메리트였던 가격 측면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평균 자동차 수입 가격 대비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입 가격 비율은 0.8이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으로 관세 없이 수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 금융 등 여러 분야와 긴밀히 연결돼 있고 각종 부품사 등 협력업체도 많이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인 수직계열화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그에 딸린 기업들에까지 큰 악영향을 미쳐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업계에 25% 관세 부과 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59%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했다. 씨티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 결정에도 아랑곳없이 관세 부과
최근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던 현대차그룹도 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미국에 대한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투자를 결정했다. 그 일환으로 27일에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을 갖기도 했다. 또한 현지 자동차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기준 미국 내 완성차 판매량의 70%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공장 준공을 마무리 짓기 전까지 관세의 영향을 100%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MGMA는 연간 30만대 규모를 계획했지만 지난달 출고량은 4073대에 머물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HMGMA 준공식에서 “저희가 (210억 달러 현지 투자를) 발표한 것은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는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무역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업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만이 아닌 정부 주도의 확고한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국내에 공장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들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각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노력과 병행해 정부가 협상에 나서고 정밀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은 단순히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이라면서 “유예하기 위해 꾸준히 현지 물밑 교섭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