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넘게 가족끼리 경영권 분쟁을 치른 한미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처 송영욱 한미약품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오너가 비중은 더욱 줄어들었다.
한미사이언스와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26일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확정했다. 직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는 송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놨고, 김재교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이 이뤄졌다.
52년 그룹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변화다. 1973년 한미약품을 세운 창업주 임 회장은 2020년 별세 전까지 경영 일선에 섰다. 임 회장이 별세한 뒤로는 송 회장과 창업주 자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면서 경영권을 두고 가족 분쟁을 겪었다. 형제는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자 했고, 모녀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자 했다. 지난해 1월 시작된 분쟁은 12월 임종윤 이사가 모녀와 손을 잡고 임종훈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한미사이언스 이사 2명이 자진사임하며 무게추가 기울었고 이날 주총에서 모녀 측이 추천 이사진이 합류하면서 최종적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룹에 따르면 송 회장은 오너가의 큰 어른이자 그룹 회장, 대주주 일원으로서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을 지원하고, 창업주의 경영 철학과 핵심 가치를 전승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송 회장은 이날 “더 이상 한미그룹에 분쟁은 없다”고 말했다.

신임 대표이사 김재교 부회장은 “한국 제약산업 발전과 맥을 같이한 한미그룹의 일원이 돼 기쁘다. 전문경영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그룹의 도전과 혁신을 이끌겠다”며 “창업주 임성기 회장께서 일평생 가꿔온 한미 정신(창조, 혁신, 도전)을 받들어 ‘R&D(연구개발) 한미’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년 이상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이 흔들린 것을 상시하며 “우선 과제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한미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혁신하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는 사내이사 4명(임주현 부회장, 김재교 대표이사, 심병화 CFO 부사장, 김성훈 전무)과 사외이사 3명(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에 기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까지 10명 이사진을 구성했다
한미약품은 최인영 사내이사(한미약품 R&D센터장)와 김재교 기타비상무이사, 이영구 사외이사(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선임돼 1년 전부터 회사를 이끄는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를 지원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