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폭탄 던진 트럼프... 국내 자동차 업계 비상


27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만든 모든 자동차에 대해 다음 달 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으로 한국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51조원에 달해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의 49.1%를 차지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와 경트럭에 다음달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산 자동차가 아닌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관세가 없다. 많은 해외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미국에) 공장이 있지만 활용도가 낮다. 그들은 저렴하고 빠르게 그것들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집권 2기 출범 이후 부과한 세 번째 품목별 관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무역 상대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철강∙알루미늄으로 만든 파생상품에 지난 1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 가까이(49.1%)를 차지한다. 앞서 국책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자동차 대미 수출은 규모효과 16.3% 감소, 대체효과 4.2% 감소 등 총 20.5%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지난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49만9559대 중 미국 수출분은 41만8792대로 83.8%에 달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연간 170만대를 북미에서 판매했는데, 이 중 58%가 한국 등에서 수입된 차량이었다. SK증권은 자동차 25% 관세 실현 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6조6000억원, 4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공장 등을 증설해 현지생산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공장 준공까지는 최소 1~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긴급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2시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긴급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이번 25% 관세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현지 생산 비중 확대 등 대응 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안 장관은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대응 방안을 강구해나가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 비상 대책을 4월 중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안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현대차∙기아, 만도, 현대모비스, 자동차협회, 자동차 부품조합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 자동차 업체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심지어 지엠,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통합 경제권이던 멕시코에서 일부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관세 조치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