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컴퓨터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연산 능력을 갖춰 과학 혁명으로 불리는 양자기술은 이후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자기술은 인공지능(AI)과 함께 디지털 패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기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금융, 기후, 국방을 비롯해 신약 개발, 신소재 합성 등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암호 체계까지 무력화하는 기술능력을 지녀 산업 기술을 선도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10년 전후 실용화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 기술은 양자역학을 활용한 컴퓨팅, 통신, 센싱 분야의 혁신 기술을 통칭한다. 특히 양자컴퓨터가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해외에서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높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테크놀로지에서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는 시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밝혀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으로 대장주로 분류된다.
다만 채프먼은 양자기술의 실제 영향력은 각 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공개할 기술과 제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는 “5년 전 샘 올트먼이 인공지능에 대해 세상에 확신을 심어주려 했던 것처럼, 우리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양자 기술에서 선진국 대비 후발주자지만 정부 주도로 빠르게 추격 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양자 기술이 단순 연구개발을 넘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세우는 중이다. 양자기술을 통해 최적화, 초미세측정 등에 기반을 두어 대한민국 주력산업 초격차를 견인, 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가속화, 우주 에너지 등 신산업 도약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양자 기술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이 100점이면 한국은 2점대에 머무르고 있다. 연구 인력 및 예산에서도 일본, 싱가포르, 대만보다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들어 기술의 흐름을 주목하고 착수한 만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를 위해 연구 규모와 인력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챗봇 대표기업 김지웅 메이크봇 대표는 “양자기술은 최적화와 초미세 측정 등에 기반을 둬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양자기술이 AI,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가속화를 견인하는 동시에, 우주∙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가능케 할 전략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I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선 연산과 처리 속도에서 비약적인 전환이 필수”라며 “이 지점을 양자기술이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 우리 기업과 과학계가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뒤쳐져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국내는 구글, IBM 등에 비해 양자컴퓨터 개발이 한발 늦었지만 출발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 격차를 충분히 좁혀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재원∙정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