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중심에 선 양자] 세상 민감한 ‘큐비트’ 어쩔거야?… 양자컴퓨터 회의론도

구글, IBM 등 글로벌 빅테크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인 가운데 상용화까지 산적한 허들에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양자기술의 주요 갈래인 양자컴퓨터는 세상의 혁신을 이끌 주역으로 꼽히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상당하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수년 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구글에서 양자 인공지능(AI)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줄리언 켈리 디렉터는 26일 미국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로만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응용 분야의 획기적 발견까지 5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30년이면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분야에서 양자컴퓨터가 능력을 뽐낼 것이란 의미다.

 

 이달 초 방한한 제이 감베타 IBM 부사장도 “2029년이면 오류에 내성을 갖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IBM 양자 컴퓨터를 들인 연세대 양자연구시설(연세퀀텀컴플렉스) 개소식에서였다. 감베타 부사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양자 우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양자 우위란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최고의 컴퓨터 성능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컴퓨터의 능력으로는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계산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높은 기대감을 받고 있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기존 컴퓨터는 이진 코드를 사용, 0과 1을 구분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반면 양자적 상태의 조합 ‘큐비트’를 기반 삼은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공존이 가능하다. 한 단위가 다루는 정보가 4가지(00, 01, 10, 11)로, 기존 컴퓨터의 2개 조합보다 다양한 만큼 빠른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미 몇몇 빅테크 업체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다만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양자컴퓨터의 기반인 큐비트에 결정적 약점이 있으며, 그것을 보완할 기술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론을 펼치는 측에서는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개발되기는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우선 큐비트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 고유의 양자 상태를 유지해야지만 정확한 연산이 가능한데, 작은 온도 변화나 전자기 간섭에도 영향을 받는다. 큐비트는 양자 상태가 붕괴된 디코히런스(decoherence) 현상에 빠지면 왜곡된 값을 내놓는다.

 

 큐비트가 양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는 절대영도(Absolute Zero∙물리학에서 거시적으로 이론적 온도의 최저점)로, 섭씨로는 영하 273.15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초저온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면서 동시에 고비용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큐비트 숫자도 문제다. 현재 발명된 양자컴퓨터는 보통 수십에서 수백 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며 최대 1100개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 기대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큐비트만 수백만 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자 오류 정정을 위해서도 많은 큐비트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큐비트 수를 늘릴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안정성 유지가 어렵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민감한 큐비트는 디코히런스에 빠져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밖에도 양자 알고리즘의 부족, 보안 위협, 양자역학의 높은 난이도 등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막는 장애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양자컴퓨터의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는 진정한 양자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양자컴퓨팅이 매우 유용한 패러다임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많은 사람이 양자컴퓨터 실용화에는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까지 슈퍼컴퓨터의 모든 계산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러 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투자에 나선 상황이니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길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감 섞인 전망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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