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중심에 선 양자] 주도권 잡아라... 글로벌 빅테크 양자컴 기술 전쟁 치열

지난해 6월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퀀텀코리아에서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이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양자기술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정보 처리 능력 혁신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프론티어 슈퍼컴퓨터로 90만년이 걸릴 연산을 D-Wave 양자컴퓨터는 단 20분 만에 99% 이상의 정확도로 처리했다.

 

 양자컴퓨터는 현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예측, 신약 개발, 물류 최적화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래 혁신 기술의 하나로 꼽히는 양자컴퓨터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 빅테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양자컴퓨터 분야 선두주자는 IBM이다. IBM은 1970년대부터 양자컴퓨터 기술을 연구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선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헤론 R2 칩과 키스킷 소프트웨어 스택을 발표했다. 현재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기업, 기관, 연구소 등에 공급하거나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BM과 차세대 양자컴퓨터 기술의 양대산맥인 구글은 2021년 양자컴퓨팅 칩 시카모어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05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자체 개발 초전도 양자 칩 윌로우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구글에 따르면 윌로우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0셉틸리언(Septillion∙10의 24제곱) 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풀었다. 구글의 양자 컴퓨팅 부문 최고위 임원인 줄리언 켈리 구글 양자 AI 하드웨어 담당 디렉터는 26일 미 경제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실용적 응용 분야를 실행하기까지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월 자사가 개발한 첫 번째 양자컴퓨터 칩인 마요라나 1을 공개했다. 8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마요라나 1은 위상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최초의 양자컴퓨터 칩으로 외부환경의 변화에 강하고 안정적인 정보처리가 강점이다.

 

 구글, MS와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빅3로 불리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전담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 2월 27일 캘리포니어공대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최초의 자체 개발 양자컴퓨터 칩 오셀롯을 발표했다. 오스카 페인터 AWS 퀀텀 하드웨어 디렉터는 “오셀롯은 오류 정정에 필요한 자원이 큰 폭으로 줄어 비용이 기존 방식의 5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 “이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의 등장을 최대 5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큐에라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큐에라는 2018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중성원자 방식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구글과 소프트뱅크로부터 2억3000만 달러(약 33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큐에라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에 달한다.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도 최근 양자컴퓨터 개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9일 양자컴퓨터 연구를 위해 미국 보스턴에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NVAQC에선 엔비디아와 하버드대 양자 이니셔티브(HQI), MIT 엔지니어링 양자 시스템(EQuS) 그룹의 공동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Q와 대규모 데이터 연산에 필요한 AI 가속기 GB200 NVL 랙스케일 시스템을 공동 연구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부터 재료 개발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AI 슈퍼컴퓨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최근 사과하기도 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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