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6000원 코앞?… MZ세대 “차라리 가성비 위스키 마실래요”

6000원 코앞… 장년층은 한숨
MZ, 소규모로 반주 문화 선호
1만원 대 와인·칵테일 더 즐겨
작년 위스키 수입량 72% 급등
유통가 위스키 마케팅 잇따라

GS25를 찾은 한 고객이 위스키를 살펴보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차라리 편의점에서 가성비 위스키를 사서 하이볼로 마시는 게 나아요.”

 

조만간 ‘소주값 6000원’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세와 원재료·부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류 물가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3고 현상에 주류세 상승으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럴 경우 식당 메뉴판에 ‘소주 6000원’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대규모 회식을 즐기거나 반주로 소주를 찾는 장년층은 탄식하고 있다. ‘회식이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 ‘이참에 강제로 금주할 것 같다’며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다. 한 소비자는 “강남 지역은 벌써 소주 한 병에 5500원을 받더라”며 “출고가가 오르면 바로 인상될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MZ세대는 조금 다르다. 애초에 소주·소맥으로 통하는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인이 된 젠지(GenZ, 1990년대 중반 2010년대 초반 출생한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 세대는 소주 비용 인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학생 A씨(22)는 “이전에는 동기나 선후배들과의 술자리가 대학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입학한 우리는 온라인 수업에 나서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임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비슷한 분위기다. 굳이 다같이 우르르 술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고 말했다.

 

A씨는 술자리는 소규모 그룹끼리 반주 정도로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기는 형태를 선호한다. 동기들과 자주 마시는 것은 마트에서 1만원대 이하부터 중반까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 같은 달콤한 와인이다. ‘오늘은 많이 마셔볼까’ 마음먹은 날에는 럼이나 보드카, 리큐르를 찾는다.

 

사업을 하는 B씨(30)는 모임을 할 때 위스키를 찾는다. 외부에서 술자리가 있을 때에는 콜키지 서비스가 가능한 식당을 찾는다. B씨는 “처음에는 ‘소주나 마시자’던 친구들도 점점 위스키를 찾는다”며 “만약 소주가 6000원까지 오른다면 가성비 위스키를 마시는 게 더 이득이라고 보는 친구도 생겼다”고 말했다.

 

주로 잭다니엘·짐빔·벨즈·파이어볼·제임슨·조니워커 레드나 블랙라벨이 무난하게 선택된다. 와일드터키·메이커스마커스 등도 자주 마신다. 신경써야 하거나 축하해야 할 날에는 아껴뒀던 싱글몰트를 꺼낸다. 소주를 마실 때에는 일반 소주보다 일품진로, 화요, 혼 등 프리미엄 증류주와 토닉워터를 시킨다.

모델이 싱글몰트 위스키와 원소주를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2만7038톤으로, 전년에 비해 72.6%나 뛰었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16개점의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성장했다. 특히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이 43%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도수가 높아 취할 수도 있고, 기호에 따라 섞어 마시며 자신의 취향껏 술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NS에 올릴 때에도 ‘힙’하다. 이와 관련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아재 술’로 여겨지던 시바스 리갈 ‘회춘시키기’에 돌입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위스키가 익숙해지며 유통업계는 희소성 있는 위스키를 확보하거나, ‘화제의 인물’을 앞세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도 지난해 이같은 분위기에 위스키 시장의 오픈런 아이템 중 하나였던 ‘발베니’를 앞세운 호캉스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한정판으로 출시된 스토리 컬렉션의 ‘12년 스위트 토스트 오브 아메리칸 오크’를 함께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편의점이 ‘위스키 구입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CU는 지난해 말 편의점 업계 최초로 MZ세대 주류 전문 MD로 구성된 주류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GS25는 매달 10일 ‘희귀 위스키 판매 행사’를 정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GS25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30 세대가 무려 87%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최초의 국산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 확보가 가장 화제였다. GS리테일은 지난 10일 김창수 위스키 판매 시작과 함께 김창수 디스틸러의 사인회를 진행했다. 행사가 열린 서울 강남의 매장에서는 전날 밤부터 밤을 새우는 사람들로 ‘오픈런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술 및 홈술 트렌드의 확산, 대규모 회식보다 소규모 모임의 일상화 등으로 위스키가 인기 주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벼운 자리에서는 도수가 높은 가성비 위스키를, 위스키가 ‘취미’가 된 젊은층은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하이볼도 대중화되는 등 위스키 음용법도 널리 알지며 인기가 더 높아지는 만큼, 위스키 선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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