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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상 브랜드메이저 컨설팅실 실장 |
브랜드 아이덴터티(identity·정체성) 수립이나 아키텍처(architecture·구성) 구축, 혹은 내부 비전을 브랜드 관점에서 접근해서 구축해달라는 의뢰가 눈에 띄게 늘었다.
B2B기업은 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 일반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Business To Customer)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을 상대로 부품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업을 하기 위한 완제품, 예를 들어 트럭이나 건설기계를 판매한다. 다른 경우로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이 거의 의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를 살 때 판매직원이 할부금융상품을 권유해서 계약하게 되는 일도 넓은 의미에서 B2B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B2B기업들이 근래 브랜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먼저 B2B기업에서 브랜드는 어떤 역할을 할까? 먼저 강력한 브랜드는 가격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브랜드가 주는 신뢰만으로 고객이 더 많은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게 만든다.
기업 대 기업의 거래에서 품질이나 납기와 같은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또한 여러 경쟁사들 사이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즉 구매담당자나 의사결정자에게 구매 고려군으로 인식시키고 더 나아가 구매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로열티를 높여줘서 차후 지속적으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B2C와 비슷하다.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B2B 구매는 수백에서 수천가지 판단기준이 적용되어 매우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는 고객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신뢰성과 지속성을 제공해 잘못된 구매결정의 위험을 줄여주고 구매담당자 역시 자신의 선택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함으로써 사업이나 담당자 개인의 실수를 막아준다. 한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결정요인은 없을 것이다.

B2B기업의 브랜드 활동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인텔’의 이야기다. 광고마다 나왔던 ‘인텔 인사이드’ 로고와 독특한 시그널 사운드(징글)를 독자들 대부분은 알 것이다.
이전까지 PC제조사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운영체제가 PC 선택의 기준이었는데,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 이후 PC 안의 CPU(중앙처리장치)를 무엇을 사용하느냐가 고객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 중 하나가 됐다. 그 여파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하고있지 않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고객의 관심 밖이었던 CPU가 인텔의 무슨 칩인지를 구매 시 살펴보게 만든다.
하지만 B2B기업들이 요새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B2B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절박함 때문이다.
기술과 서비스의 상향평준화로 경쟁사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인식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브랜드는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고 선택 확률을 높여주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브랜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고객을 넘어서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기업고객의 매출을 결정하는 최종소비자에 직접 영향력을 발휘해 B2B 거래 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한다. 또 기업들이 점차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로 확장하는 추세에서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의 고유성을 브랜드를 통해 지켜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 브랜드를 내부 결속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이 하나의 방향성으로 뭉칠 수 있도록 브랜드가 선봉장 역할을 한다.
브랜드를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회사 내부와 외부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이 부분은 기업의 비전과 목표, 가치라는 이름으로 내부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는 딱딱한 글에 불과했지만, 임직원을 내부 고객으로 바라보고 브랜드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기업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에 대해 탐색한다. 때문에 B2B기업에서도 브랜드는 내부결속뿐 아니라 외부 홍보수단의 역할로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특히 채용시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브랜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B2B 브랜드의 성공적인 사례는 영화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아이맥스(IMAX)는 박물관이나 특정한 장소에 마련된 영화관을 통해 30분 안팎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주로 상영했었다.
예전에는 커다란 스크린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지만, 아이맥스용 다큐영화라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아이맥스 영화관의 접근성이 점점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이했었다. 아이맥스는 이 위기를 보다 실감나는 체험할 수 있는 일반 극영화라는 컨셉으로 영화사 및 영화관 체인과 본격적으로 협업을 하여 일반 극영화에 진출하는 동시에 ‘IMAX’를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식시켰다.
최근 대표적인 캠페인이 ‘See a film or Be part of one’이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특별한 체험이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아이맥스는 고객들로 하여금 아이맥스를 원하게 만들어 더 많은 영화들과 영화관이 아이맥스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전세계 66여개국에 걸쳐 1000개 이상의 아이맥스 극장이 만들어졌다. 비슷한 사례로 Dolby 역시 Dolby Atmos라는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해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영화사와 영화관체인을 공략하고 있다. 더 나아가 Dolby는 영화관용 사운드시스템으로 얻은 신뢰를 B2C 영역인 개인용 사운드 시스템에 전이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요즘, 생존을 위한 B2B기업들의 노력 중 하나로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재상 브랜드메이저 컨설팅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