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석 달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집값이 점차 안정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과거 세제 강화 당시에도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된 사례가 있는 터라 집값 안정의 신호로 받아들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서울 25개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 매물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528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8월 3일의 6만409건보다 2만119건(33.3%)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매물이 차지한 비중은 38.0%, 나머지 22개 구는 62.0%였다. 이 같은 매물 급증세는 대출 규제로 인한 매수세 위축과 보유세 부담 우려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매물 적체가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신고일 기준 39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6796건)보다 42.4% 줄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서울의 매물이 급속도로 늘고 거래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물론 아닌 지역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지역마다 가격 흐름이 다르게 나타났다. 강남구(-0.39%), 서초구(-0.37%), 송파구(-0.17%) 등 강남 3구에선 가격 하락이 관찰됐으나,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0.07% 상승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모두 상승세를 유지했다.
업계에선 최근 수급 불균형과 매물 증가 추이가 5년 전인 2021년 상황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10일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0%로 올리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높이는 ‘7·10 대책’을 발표했다. 종부세율 인상은 2021년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 강화는 그해 6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중과세 적용 시점을 앞둔 2021년 봄철 서울 아파트 매물이 두 달간 18.4% 증가했다. 그러나 잔금 납부 등 세금 회피 기한이 임박하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도로 거둬들였고, 그 결과 5월 이후 매물이 18.8% 급감하면서 둔화했던 집값 상승률이 그해 6월 0.98%까지 재확대됐다.
시장에서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내년 봄을 기점으로 매물 증가에 따른 집값 변동 가능성을 예상한다. 종부세 과세기준일을 앞두고 매도 움직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금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가 과세기준일 전 처분을 위해 계약부터 잔금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연초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