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혼자선 못 버텨”…뭉쳐야 사는 청년들
② 스드메·집값 압박, “시작부터 버거워”
③ 비용 덜고 기회 넓혀, 청년 출발선을 잇는다
내년 가을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5)씨는 최근 웨딩홀을 둘러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년 전 지인이 계약했던 서울 강남권의 한 예식장을 찾았으나 식대와 대관료는 그사이 30% 가까이 뛰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증 인원 250명 기준 예식 비용만 3000만원을 훌쩍 넘겼지만 골든타임인 토요일 낮 시간대는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을 뜻하는 ‘스드메’ 역시 원본비와 헬퍼비 등 붙는 추가금만 수백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예식 당일에만 4000만~5000만원이 깨질 판인데 그마저도 부르는 게 값”이라며 “남들 다 하는 수준으로 맞추려 해도 첫걸음부터 주눅이 들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비용 부담은 예식장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 공간을 구하는 일은 더 큰 난관이다. 올 겨울 결혼 예정인 박모(30)씨는 석달째 신혼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외곽의 20평대 구축 아파트 전세조차 4억~5억원을 호가하는 데다, 최근 수도권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문턱마저 높아진 탓이다. 둘이서 모은 종잣돈 1억원에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매물은 낡은 다세대 빌라뿐이었다. 박씨는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자금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며 “예산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 문제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예비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예식을 치른 최모(33)씨 부부는 소득 합산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을 피하기 위해 미혼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혼자 살 때 가능했던 저리 전세대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최씨는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대출 금리가 뛰고 한도까지 줄어든다”며 “서류 처리를 미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20대 임금근로자 306만8000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134만3000명으로 43.8%를 차지했다. 20대 취업자 10명 중 4명 이상이 고용 불안에 놓여 있는 셈으로, 전체 연령대의 비정규직 평균 비중(38.5%)을 크게 웃돈다. 주거 비용 압박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태조사를 보면 월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는 청년가구 비중은 31.6%로 전체 가구 평균(15.8%)의 두배에 달한다. 매달 들어오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쏟아붓다 보니 종잣돈을 모으기는커녕 내 집 마련과의 거리만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 통계청의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자료 기준 20대(3252만원)와 30대(4764만원)의 평균 연소득으로는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각각 33.9년, 23.1년 동안 소득을 전액 저축해야 하는 수준이다.
최근 혼인 건수가 반등세를 띠고 있지만 이를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상 혼인 수치는 늘어났으나 청년층이 체감하는 일자리 불안과 주거비 압박 등 근본적인 경제 여건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 반등과 현장의 간극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고용 안정과 주거 안전망 등 핵심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증가세는 단기적 착시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 주거난, 양육·교육비 부담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최근 늘어나고 있는 혼인 증가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