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되고 새 시공사 선정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도는 가운데 정부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주무부처 장·차관이 직접 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
2일 원전 업계와 정부 측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날부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김정관 장관과 박동일 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했다. 우선 이날 첫 회의로 박 차관 주재의 ‘한국수력원자력 추진계획 점검회의’를 가졌으며 다음주에는 김 장관 주재의 ‘팀코리아 체코 원전 사업 추진현황 점검회의’를 연다. 장관 및 차관 주재 회의는 매주 교차로 격주 개최될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두코바니 5·6호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약 4220억코루나(약 26조원) 규모다.
앞서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지난달 29일 해지했다. 양측은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계약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본계약 체결 1년 4개월 만에 갈라섰다.
이날 첫 정부 대책 회의에서는 한수원의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와 소요일정, 기존 협상 종료에 따른 주요 임무 수행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아울러 내년 4월 건설허가 신청, 2029년 1월 부지정지 착수, 2029년 11월 착공 등 주요 일정의 차질 없는 이행 대책 마련도 의견을 나눴다.
정부는 연일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공언했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새 시공사를 찾는 게 급선무인데 사업 수행역량을 갖춘 건설사가 제한적이다. 국내에서 대형 원전 주설비공사를 주관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까지 사실상 3곳뿐이다.
건설업계에선 공사비 부담 문제로 다른 건설사들이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산정한 기준 물량을 바탕으로 시공비 총액을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제안했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변동 위험을 시공사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구조다. 체코 발주사와 체결한 주계약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위험분담을 건설사가 떠안는 조건이 유지된다면 새로운 시공사 찾기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재입찰은 한수원에도 부담인만큼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우건설은 이날 산업부의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요청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한수원의 발표처럼 내년 초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하더라고 현재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제시한 동일한 조건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건설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에 하나 유찰된다면 전체 사업 일정의 지연으로 이어져 우리 원전의 핵심 경쟁력이 훼손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가적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산업통상부에서 직접 원청사인 한수원과 대우건설의 지난 협상 과정들을 점검하고 시공 컨소시엄의 최종 제시안에 대해 검토하여 재협상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며 “한수원이 진행하는 재입찰 과정과 별개로 산업통상부에서 직접 나서 시공 계약 재협상을 중재한다면 우리나라가 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체코의 발주처를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