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캐피탈사가 자동차 렌탈업계에 더 들어오면 득이 될까.
최근 자동차 렌탈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놓을 새로운 규제 개선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사)의 자동차 렌탈 취급한도, 이른바 ‘본업비율’ 완화를 검토한 지 1년이 경과하면서 개선안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캐피탈사는 원래 렌터카 사업을 할 수 없었다. 2005년 캐피탈사에 렌탈을 부수업무로 허용해면서 붙인 조건이 본업비율이다. 렌탈자산 평균잔액이 본업인 리스자산 평균잔액을 넘지 못하게 한 장치다. 이런 조건 하에서도 캐피탈사 렌탈의 성장은 가팔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 렌터카가 본격 진출한 2010년에만 해도 그 규모가 약 2만7000대였던 것이 2025년에는 약 55만7000대로 20배 넘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 조건까지 풀어버리는 것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 관계자는 “조건을 붙여 열어준 문에서 조건만 빼면 남는 것은 사실상 무제한 허용”이라고 말했다.
본업비율이 캐피탈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연합회가 렌터카 등록대수 상위 30개사를 집계한 결과, 올해 7월 말 캐피탈사의 점유율은 45.32%로 대형 전업 렌터카사(43.08%)를 이미 넘어섰다. 나머지 11%대는 1000여개 중소 렌터카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등록대수 증가 속도도 차이가 크다. 2021년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금융사 등록 차량은 37.5% 늘었지만 전업 렌터카사는 7.9% 증가에 그쳤다.
출발선도 다르다. 캐피탈사는 할부·리스·렌탈 세 가지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지만, 전업 렌터카사는 렌탈 하나만 가능하다. 오히려 규제를 풀기보다는 지금까지 캐피탈사 렌터카 업계에서 형성된 자산의 질을 들여다볼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렌터카 가격은 조달금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핵심 변수는 잔존가치(RV), 즉 계약이 끝났을 때 차량에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치다. 월 렌트료는 차량가에서 잔존가치를 뺀 금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눠 매긴다. 잔존가치를 높게 잡을수록 소비자가 나눠 낼 금액이 줄어 월 렌트료가 낮아진다.
실제로 한 대형 캐피탈사는 지난 8월 고급 세단과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의 렌트·리스 잔존가치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내놨다(렌트 1.8%포인트, 리스 5%포인트). 그런데 같은 차종의 중고차 시세는 반대로 움직였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이 중 고급 세단의 중고 시세는 3월 한 달 새 4.2%, 7월에 다시 5.5% 떨어졌다. 고유가와 신형 출시, 경기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다.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차종의 계약상 미래가치를 올려 잡은 셈이다.
문제는 계약이 끝난 뒤 중고차 값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 때다. 계약할 때 “4년 뒤 이 차는 2600만원에 팔 수 있다”고 계산해 렌트료를 낮춰 줬는데 실제로는 2000만원밖에 받지 못하면, 그 600만 원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이 된다.
중고차 시장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고차 수출액은 4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6.8% 급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중고차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수출중고차협회 전망으로는 지난해 88만5000대로 사상 최대였던 중고차 수출이 올해 5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로 빠져나가던 물량이 국내에 머물면 중고차 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렌탈자산의 위험은 연체율에 잡히지 않는다. 소비자가 계약기간 동안 렌트료를 정상적으로 내더라도, 반납된 차를 계약 당시 예상보다 싸게 팔면 손실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위험은 꼬리를 물고 커진다. 잔존가치를 높게 잡으면 렌트료가 내려가고, 싼 렌트료는 가격경쟁과 차량 확대로 이어진다. 늘어난 차량이 만기 후 중고차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중고차 값이 떨어지고, 예상한 잔존가치와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 차이는 매각손실로 쌓여 결국 회사가 손실을 견딜 체력을 깎아 먹는다.
이미 해외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8년 미국에서는 기름값이 급등하자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중고차 값이 급락했다. 포드의 금융 자회사는 그해 2분기에만 리스자산 21억 달러를 손상 처리했다. GM 계열 GMAC도 7억1600만 달러를 손상 처리하고 신규 리스를 줄였다.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은 그해 8월부터 미국 내 리스를 아예 중단했다. 몇 년 전 계약 때 잡아 둔 잔존가치가 실제 중고차 값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전기차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는 중고 전기차 값 하락 등으로 2024년 초 전기차 약 2만 대를 팔기로 하고 2억4500만 달러의 추가 감가상각을 반영했다. 영국의 대형 리스사 렉스오토리스는 중고 전기차 값이 급락하면서 세전이익이 2022년 5억4400만 파운드에서 이듬해 1억2400만 파운드로 줄었다. 공통점은 소비자 연체가 아니라 잔존가치에서 손실이 났다는 것이다.
캐피탈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지 않는다. 캐피탈사가 렌탈자산에서 손실이 쌓이면 이를 메우려 할부·대출 금리를 올릴 압력이 생길 수 있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부업인 렌터카 사업의 무리한 확장이 본업인 할부·대출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한 간담회에서 렌탈 취급한도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같은 자리에서 여신전문금융회사 업계는 외부차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금융위는 지난 1일 시장금리 상승에 대응해 4분기 은행채·여전채 발행 규모와 만기 구조를 사전 점검하기로 했다. 완화의 근거와 경계의 근거가 같은 당국에서 함께 나오고 있는 셈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다. 추가 자산 확대를 허용하기 전에 기존 렌탈자산의 건전성부터 확인하자는 것이다. 은행업과 카드업에서도 당국은 진입과 자산 운용을 관리한다. 경쟁이 이미 충분한 시장에서 공급만 늘리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시장에는 이미 대형 캐피탈사 10여 곳과 다수의 전업사가 경쟁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렌터카업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국토부 소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는 금융위와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 8월 말 열린 간담회를 두고도 소관 부처와의 협의가 충분했는지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업 내부의 이해관계만으로는 실물 서비스업의 미래를 결정하기 어렵다. 렌터카 산업을 관할하는 부처의 의견이 같은 자리에서 나와야 균형 잡힌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의 경쟁력이 아니라 잔존가치를 높여 잡아 만든 렌트료 인하가 몇 년 뒤 소비자의 금융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경쟁의 확대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경쟁의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와 관련해 “지금은 렌탈 취급 한도가 리스에 대해서만 있는데, 할부금융자산 이내로 해서 한도가 좀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교란 가능성과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피해 우려를 지적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중소 렌터카들은 단기시장을 주로 장악하고 있다”며 “(캐피탈사가)단기는 못 한다. 장기에 가서 경쟁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수렴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