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의 영향으로 원화가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환율 하락세 속에 환차익을 노린 개인의 달러 예금도 수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16일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42.6원으로, 2024년 9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월평균 1528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7월(1488.9원), 8월(1404.4원), 9월(1358.8원)을 거쳐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제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원 내린 1330.3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지난 16일에는 장중 1328.9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호황이다. 9월 일평균 무역수지 흑자가 25억 달러에 육박하며 시장의 달러 공급이 수요를 압도했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역시 279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급증해 자본 유출 압력을 흡수했다.
현재 대내외 통화정책 환경도 원화 강세 압력을 한층 키웠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7월과 8월 두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했으나,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단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환율이 급락하자 개인 외화예금이 수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42억3000만 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정부는 최근의 환율 안정을 견고한 기초체력의 반영으로 보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태국 방콕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경제성장률은 3.4~3.6% 등 3%대 중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의 기존 전망치(3.0%) 대비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