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안보 및 경제 패권과 직결된 첨단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수사 권한을 전격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술 유출자에 대한 손해배상 산정 기준에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의무 산입하고, 대법원 양형기준 상향을 추진하는 등 징벌적 처벌 수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정부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 주재로 ‘제76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범부처 ‘산업기술보호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 지식재산처, 국가정보원 등 15개 관계 부처 차관급 인사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방위사업청 등 주요 수사·안보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초부처적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기술 안보 컨트롤타워인 산업부의 직접 수사권 확보다. 산업부는 그동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소관 부처로서 국가핵심기술을 지정·관리해 왔으나, 정작 기술유출 수사 권한은 지재처 특사경 등에 분산돼 있어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업부 내 기술유출 전담 특사경이 신설되면 부처 간 실시간 정보 공유와 연계를 바탕으로 유출 징후 포착부터 강제수사까지 원스톱으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가해자에 대한 경제적·형사적 타격을 극대화하는 ‘철퇴’ 조항도 대거 신설된다.
정부는 기술유출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 기업이 해당 기술 개발에 투입한 총비용’을 하한선으로 법제화하기로 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빚어온 형량 강화를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상향은 물론, 벌금형 양형기준 신설 필요성을 강력히 공론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술 탈취 관련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이 산업부에 기술 해당 여부를 직접 질의·확인할 수 있는 공식 감정 절차도 도입된다.
교묘해지는 외국 자본의 기술 탈취 시도와 핵심 인력 유출 차단망도 촘촘해진다. 외국인이 국내 법인이나 단체를 내세워 추진하는 우회적 인수합병(M&A) 역시 산업기술 사전 심사 대상에 편입해 우회 침투를 원천 차단한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대학 등 사각지대 지원을 넓히는 한편,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핵심 엔지니어들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보상 체계(인센티브) 및 이직 여부 모니터링을 위한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도 병행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및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하고 연내 수립 예정인 ‘제6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에 핵심 정책으로 반영해 신속히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