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부품 설계와 양산 기술을 앞세워 로봇 핵심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들어갈 구동장치 공급을 확보한 데 이어 중국에서는 기술·제조 파트너 발굴에 나섰다. 미국의 로봇 수요와 중국의 제조 생태계에 동시에 접점을 넓혀 자동차를 넘어선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MMD)’를 개최했다. 로보틱스와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현지 완성차업체와 로봇기업 경영진, 글로벌 투자기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22년 시작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해온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를 중국에서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상하이는 제조 기반과 부품 공급망, 연구개발 인프라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현대모비스는 양쯔강 델타에 연구개발 클러스터가 밀집해 있어 유망 파트너 발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행사에서는 로봇부품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기업들과 별도 미팅을 진행했다. 다만 구체적인 중국 협력기업이나 아틀라스용 부품 조달 계약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로보틱스 사업의 첫 고객사를 확보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해 아틀라스 양산 시점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객사의 개발 일정에 맞춰 부품을 설계하고 대량 공급체계를 갖추는 자동차 부품사업 경험을 로봇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액추에이터는 제어기 신호에 따라 로봇의 팔과 다리 등을 움직이는 핵심 구동장치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를 조합해 움직임에 필요한 힘과 속도, 위치를 구현한다.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제작 재료비에서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60%로 설명했다. 로봇의 동작 성능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자동차 부품사의 강점은 설계와 품질 검증, 반복 생산 경험이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자사의 부품 설계 기술과 신뢰성 평가체계, 글로벌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양산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로봇부품을 일정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앞세워 초기 시장에서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개발 성과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26 R&D 테크데이’에서 개발 중인 액추에이터 2종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행사 주제는 ‘모빌리티 부품에서 미래 로보틱스로의 확장’이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신기술 60여 종과 함께 로봇부품을 전시해 사업 확장 방향을 제시했다.
그룹 차원의 실증 기반도 가동에 들어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달 22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었다. 아틀라스는 이곳에서 조립 순서에 맞춘 부품 배치와 물류 작업 등을 학습하고 있다. 내년에는 별도 건물로 옮겨 시설 규모를 현재의 약 10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훈련과 생산라인 투입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HMGMA의 부품 서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부터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서열 작업은 조립 순서에 맞춰 부품을 분류하고 배치하는 과정이다. 이후 반복 동작과 중량물 취급 등 작업 강도가 높은 분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양산 목표와 도입 수요도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공장에 향후 수년간 아틀라스 2만5000대를 배치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연산 3만 대는 생산능력 목표이고, 2만5000대는 글로벌 공장 도입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제조 현장은 로봇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기반이 된다. 공장에서 수집한 작업 데이터를 재학습에 활용하고 성능을 높여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구조다. 현대모비스의 핵심부품에 현대차·기아의 제조 역량,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인프라, 현대오토에버의 시스템 통합 역량을 결합해 부품 공급부터 실증과 운영까지 연결한다.
중국에서는 기술 협력과 사업화의 선택지를 넓힌다. 현대모비스는 우수 기술을 가진 기업을 발굴한 뒤 공동 또는 독자 개발로 개념검증(PoC)을 거쳐 사업화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국내 전략투자·파트너십 조직과 실리콘밸리 투자거점인 모비스벤처스를 활용한다. 미국에서 확보한 고객 기반에 글로벌 기술 협력망을 더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핸드그리퍼와 센서, 제어기, 배터리팩 등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물건을 잡고 주변을 인식하며 전력을 공급하는 부품까지 제품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부품의 추가 수주와 양산 공급이 이어지면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축적한 설계·생산 기술을 로봇사업의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