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확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강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이달 들어 주가가 나란히 곤두박질치며 코스피 시장 전체를 냉각시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AI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오후 2시32분 현재 125만4000원, 20만65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9월30일 종가가 178만3000원, 26만9500원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이달 들어 국내 반도체 투톱의 주가 하락폭은 20∼30%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내며 반도체 비중을 급격히 축소한 탓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도 있다. 급락하는 주가와는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어서다. AI 반도체 초호황과 맞물려 두 회사의 펀더멘털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기준 매출액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시현하며 4개 분기 연속으로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매출액 98조원, 영업이익 77조원 안팎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증권가에선 예상한다.
특히 유독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견줘 국내 반도체 투톱의 하락 폭이 컸던 걸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한 빅테크들이 메모리 반도체 주문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예로 전 거래일 네오클라우드기업인 코어위브 주가는 15%가량 급락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3.6%)를 웃돌며 고금리 장기화 공포가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동성이 좋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 매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필두로 한 중국의 추격 공포, 취약한 증시 수급 환경 등도 국내 증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메모리 기업의 주가 조정은 금리 부담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 AI 내 투자 대상의 다변화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면서 “CXMT의 기술 추격은 중장기 경쟁 변수인데, 다만 4F²기반 서버 D램의 출시 계획이 단기적으로 기존 메모리 3사에 위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