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인도에 21조 베팅…‘생산기지’ 넘어 설계·혁신 허브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6주년을 인도에서 맞으며 2032년까지 155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히 자동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시장을 넘어 인도를 연구개발(R&D)과 설계, 기술혁신, 신흥시장 수출을 아우르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열린 현대차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제 우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서 ‘디자인 인 인디아(Design in India)’, ‘이노베이트 인 인디아(Innovate in India)’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인 13일에는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중장기 투자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인도에 155억달러를 투입한다. 생산시설 확충뿐 아니라 R&D 역량 강화와 부품 공급망 현지화, 미래 신기술 및 신사업 개발에 자금을 넣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7억달러가 인도 R&D센터 확충 등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투자를 전담할 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이번 전략의 전초기지는 푸네 신공장이다. 현대차는 2020년 가동을 멈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2023년 인수한 뒤 약 1조원을 투입해 스마트 제조시설로 바꿨다. 현재 연산 17만대인 생산능력을 2028년 25만대, 2030년 32만대까지 늘린다. 첸나이 1·2공장의 연산 82만4000대를 합치면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현재 99만4000대에서 2030년 114만4000대로 늘어난다. 기아 아난타푸르공장 43만1000대까지 포함하면 그룹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 142만5000대 규모다.

 

푸네공장의 첫 양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다. 인도 내수뿐 아니라 멕시코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 개국으로 수출한다. 푸네공장이 베뉴 생산을 맡으면서 기존 첸나이공장은 전기차 생산 비중을 확대할 여력도 확보하게 됐다. 푸네공장에는 향후 하이브리드차 생산이 가능한 다차종 생산체계도 구축한다.

 

생산 확대와 함께 현지 시장 탈환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승용차 시장 2위를 지켰지만 최근 마힌드라와 타타모터스의 SUV 공세에 밀렸다.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 기준 지난 9월 현대차의 승용차 소매판매는 5만201대로 점유율 11.75%를 기록해 마루티스즈키와 마힌드라, 타타에 이어 4위였다.

 

현대차는 푸네공장의 생산 확대와 신차 투입을 통해 늦어도 2028~2029년께 현지 2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신차 26종을 투입하고 전기차 라인업을 2029년까지 4종으로 확대한다. 2030년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차량이 전체 제품군의 50%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품과 수출에서도 인도의 역할을 키운다. 현대차는 현재 약 83%인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92%까지 높이고 배터리팩과 전력전자 부품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화를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 생산물량 가운데 현재 약 24%인 수출 비중도 30%까지 끌어올린다. 현대차의 인도 누적 수출은 이미 400만대를 넘어섰다.

 

동반 진출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와 함께 인도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는 첸나이공장 중심이던 2011년 68개에서 기아 아난타푸르공장 건설 이후 84개로 늘었고 푸네공장이 추가되면서 현재 약 120개까지 확대됐다. 생산능력 확장과 부품 현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관련 업체의 추가 투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이 취임 6주년 당일 국내 기념행사 대신 푸네공장을 찾은 것도 인도 시장의 전략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1996년 현지 진출 이후 30년 만에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략은 ‘현지 생산·판매’에서 ‘현지 개발·생산·수출’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도를 차세대 성장축이자 글로벌 사우스 공략의 전진기지로 키우겠다는 게 정 회장의 구상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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