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 중인 30대 정 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 때문에 고민이 깊다. 출퇴근이 용이한 서울에 신혼집을 얻고 싶지만 최근 집값이 너무 올라 엄두가 안 난다. 그나마 진입 장벽이 낮았던 서울 외곽 지역 집값마저 치솟아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진다. 대출 규제로 ‘영끌’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부모 찬스’도 기대할 수 없어서 더욱 막막하다. 결국 정 씨는 지난주부터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기도 남부 지역으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 차단을 위해 서울 전역에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집값별로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한 ‘10·15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10·15 대책은 과열됐던 거래를 억제하고 갭투자(전세 낀 매매) 등 가수요를 차단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는 잡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들이 실수요 집중으로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민 주거난을 심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이로써 서울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7주째 올랐다. 직전 주 문재인 정부 시기(2020년 6월~2022년 1월)의 85주를 넘어선 역대 최장 86주 상승을 기록한 데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전주 0.09%에서 0.12%로 0.03%포인트 확대됐다. 8월 다섯째 주부터 5주 연속 이어지던 둔화세가 꺾이고 6주 만에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눈에 띄는 건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한강벨트가 아닌 중저가 지역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용산구 등 4곳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강북, 도봉, 구로, 금천, 관악 등에선 상승 폭을 키웠다.
지역별 거래량을 봐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강남구(-34.0%), 서초구(-26.1%), 송파구(-14.2%) 등 강남3구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도봉구(62.9%), 금천구(62.1%), 노원구(51.0%) 등은 증가 폭이 컸다.
시장에선 10·15 대책 여파로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 데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월세 매물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주거 불안이 커진 실수요자들의 외곽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15 대책으로 광범위하게 지정된 토지거래허구역의 실거주 의무는 전월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9.96% 올랐다. 또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 늘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도 6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고 있다.
매매·전세·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 속 청년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난과 고통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