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대 상장사 신사업 신재생·로봇 순…“무늬만 신규 사업엔 제동 걸어야”

한경협, 국내 1000대 상장사 정관상 사업목적 신설현황 분석

국내 상장사 중 1000대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로봇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자산 규모 1000대 상장사가 추진하는 신규 사업이 주로 신재생에너지와 로봇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 영역에서 최근 산업계의 핵심 트렌드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정관상 사업목적 신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정부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가 마련한 9대 ‘신산업’ 분야 중 에너지(31.1%)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제조·모빌리티(19.8%), 인공지능(AI, 12.3%), ICT·디지털(12.3%) 순이었다. 한경협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자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상위 1000대 상장사의 올해 정관 변경 사항을 활용했다.

 

 이 가운데 신산업에 해당하는 사업목적을 세부 분야별로 살펴본 결과, 전체 31개 세부 분야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8.9%로 가장 높았다. 로봇(11.3%), 소프트웨어 응용·사이버보안(8.5%), 지식서비스(6.6%), AI 융합서비스(5.7%)가 그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비중이 가장 높은 배경에 대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확정과 정부의 RE100 산업단지 조성계획 발표 등을 계기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봇 역시 기업들이 정관상 신규 사업목적으로 속속 편입시키고 있는 분야다. 종전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던 전통적 로봇에서 벗어나 최근 들어 자율적 이동 및 작업을 수행하는 AI 로봇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이번 분석 결과, 우리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확장이 신재생에너지·로봇 등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신산업 영역에 도전적으로 진출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세제지원 확대,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 제고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업 추진 의지는 희박한데도 정관 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만 늘리는 행태엔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인 투자 계획 없이 트렌드에 편승해 신사업 구상만 늘어놔선 안 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중 이차전지 등 7개 주요 신사업을 추가한 기업 86곳을 대상으로 실태분석을 한 결과, 27곳(31%)은 사업추진 실적이 아예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 계획 발표나 조직 개편을 통해 신규사업을 영위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이 없는 기업에 대해선 투자자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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