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정규 영업시간이 기존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30분 단축된다. 2009년 ‘오전 9시~오후 4시’ 운영 체제가 정착된 지 18년 만이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의 창구 이용 불편을 가중 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28일 산별 중앙교섭에서 점포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30분 늦추는 안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마감 시간은 오후 4시를 유지해 하루 총 영업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과거 코로나19 방역 차원의 한시적 단축 조치는 있었으나, 노사 합의를 거쳐 평일 정규 영업시간 자체를 상시 축소하는 것은 2009년 현행 체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금요일에는 사실상 조기 마감을 뜻하는 ‘라스트콜’ 제도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 3시 30분 전후로 마감 업무를 준비하고 신규 고객 접수를 제한적으로 운영해 정시 퇴근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노사 양측은 집중 근무를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주말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창구 운영 시간은 1시간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작 은행 고객들의 편의는 논의 과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대면·모바일 뱅킹 전환을 이유로 오프라인 점포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상시 영업시간마저 줄어들면 대면 창구 대기 시간이 한층 더 길어지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을 찾는 직장인이나 모바일 앱 이용에 취약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배려하지 않은 채 노사 간 편의만 앞세운 합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평균 연봉 1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일은 덜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점심시간마다 1시간씩 줄 서는데 이제 반차라도 내고 은행 가야 하나”, “점포도 줄이고 시간도 줄이면 창구 이용이 필수적인 어르신들은 어디로 가라는 건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손쉽게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권이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대민 금융 서비스 제공 책무는 뒷전으로 미뤘다는 지적이 팽배한 가운데, 제도 시행을 둘러싼 소비자 반발과 논란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