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작부터 빚더미…대출 중간값 8년 새 130% 뛰고 서울 30%는 ‘6억 초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올해 초 수도권에 59㎡(24평형) 아파트를 매입해 가정을 꾸린 직장인 A(34)씨는 남편과 함께 매달 230만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갚고 있다. 디딤돌 대출과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모아 4억원을 빌렸지만, 급등한 금리와 생활비 탓에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A씨는 “결혼의 설렘보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빚 상환 압박감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내 집 마련과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낸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신혼부부의 대출액 중간값이 최근 8년 새 13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높은 집값 문턱 탓에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 10쌍 중 3쌍은 공시가격 6억 원을 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며 막대한 채무 부담을 안고 출발하고 있다.

 

◆8년 새 빚 130% 폭증…주택 보유 부부 3쌍 중 1쌍 ‘3억 이상’ 대출

 

2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통계에 따르면 결혼 5년 이내 초혼 신혼부부의 금융권 대출잔액 중앙값(중간값)은 1억 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0% 늘어난 수치이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7778만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무려 130.1% 폭증한 규모다. 대출 중앙값은 전체 대출 보유 부부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값으로, 고액 대출자로 인한 왜곡을 줄여 청년층의 체감 채무 수준을 정확히 반영한다.

 

신혼부부의 부채 증가는 주택 소유 여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2억3400만원으로, 무주택 부부(1억3400만원)보다 무려 1억원(74.6%)이나 많았다. 특히 3억원 이상 고액 대출을 보유한 신혼부부 비중은 전체의 24%에 육박했는데, 주택을 가진 신혼부부의 경우 이 비중이 33.2%에 달했다. 주택이 없는 부부의 3억원 이상 대출 비중(16.7%)과 비교하면 2배에 이르는 수치로 ‘영끌’ 매수세가 가계 빚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부채 규모는 자녀 유무에 따라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 8826만원으로 무자녀 부부(1억 6950만원)보다 1876만 원 많았다. 3억 원 이상 고액 대출을 보유한 비중 역시 유자녀 부부가 26.8%로 무자녀 부부(21.1%)를 크게 앞질렀다.

 

◆서울 30%는 ‘6억 초과’ 주택…연속 금리 인상에 상환능력 ‘적신호’

 

서울 지역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는 청년층의 주거 진입 장벽을 한층 더 높였다. 주택을 소유한 서울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주택 자산가액이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초과’인 비율은 29.8%로 집계됐다. 유주택 신혼부부 10쌍 중 3쌍꼴로 6억원 초과 주택을 갖고 있는 셈이다. 2015년 해당 조사가 시작됐을 당시 5.9%에 불과했던 서울의 6억원 초과 주택 보유 비중은 약 10년 사이 5배 이상 치솟았다.

 

문제는 본격화된 긴축 기조로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3.0%까지 올라섰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도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18%로 4월부터 7월까지 연속 상승해 2024년 12월(3.22%)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 축적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의 이자 상환 능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주거비 마련을 위한 과도한 차입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제약하고, 이는 결국 민간 소비 위축은 물론 저출생 기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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