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완성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대신 주요 시장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전략이다. 미국 생산능력을 늘리는 현대자동차·기아에도 새로운 경쟁 변수가 되고 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에 나서는 데 이어 연말까지 두 번째 유럽 생산기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유럽에 완성차 공장 3곳과 배터리 공장 1곳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립모터와 둥펑, 지리, 체리 등도 기존 공장을 활용하거나 현지 업체와 협력해 유럽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배경에는 관세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업체별로 7.8~35.3%의 상계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BYD는 17.0%, 지리는 18.8%, 상하이자동차(SAIC)는 35.3%다. 유럽에서 직접 생산하면 중국산 완성차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다음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GM·포드·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테슬라 등이 속한 6개 자동차 관련 단체는 중국 업체의 자동차 수입뿐 아니라 미국 내 생산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업체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현대차·기아에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34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30만대 등 미국에서 연산 10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HMGMA 증설 등을 통해 이를 12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증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HMGMA 생산능력을 기존 증설계획인 50만대에서 2028년 70만~80만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판매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도 2029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달러를 투자하고 부품과 소재 공급망도 현지화한다. 루이지애나에는 연산 270만t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현대차도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을 경쟁 변수로 보고 경쟁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이 관세와 규제 장벽을 높이자 시장 안에 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현대차·기아에도 새로운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