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미국발 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금리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설비투자와 차입 부담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금리와 글로벌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국내 채권시장에도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거나 신규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은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변동금리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기존 차입금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환율도 변수다. 미국 금리 인상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에는 환산 매출 증가 요인이지만 원유·가스·원자재와 장비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해외 생산기지와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 역시 투자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업종별로는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정유업계는 최근 정제마진 개선으로 일부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공급 과잉 압력이 큰 석유화학과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항공업계도 환율 상승에 민감하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56억달러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약 56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미국 소비자의 할부금 부담 증가에 따른 판매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선박금융 비용 상승이 신규 수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업계는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만큼 금리 상승에도 필수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높은 조달금리에도 AI 클라우드와 서비스에서 향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기업 간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보다 현금 여력이 부족하고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이 먼저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시욱 대한상의 경제연구총괄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신용도가 낮고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리 상승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며 “정부가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