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팔렸다는데 나가야 하나요?”…세입자가 꼭 따져볼 몇 가지

사진은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사진은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가운데 다음달부터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매매 문턱이 일부 낮아진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 기간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다만 집이 팔렸다고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도, 반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고 반드시 2년을 더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임대차계약 만료일과 갱신요구 시점, 소유권 이전 시점, 새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27년 12월31일까지 1년 연장한다. 개정안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갱신계약이다. 기존에는 주택 매수 당시 남아 있는 임대차계약 기간까지 실거주 유예를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한 차례, 최장 2년의 갱신계약 기간도 인정한다.

 

예컨대 토허구역 아파트를 산 무주택자가 실거주 유예 요건을 충족하고 기존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갱신한다면 해당 기간만큼 매수자의 입주를 늦출 수 있다. 시행일인 10월1일을 기준으로 유예 신청 가능 기간 15개월과 갱신계약 24개월을 합치면 실제 입주는 최장 3년3개월까지 미룰 수 있다.

 

갱신계약이 없다면 10월1일 현재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 유예할 수 있다. 이 경우 늦어도 2028년 9월30일까지 입주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이번 조치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자체를 확대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토허제상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별개의 제도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일정 요건을 갖춰 한 차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집이 매매되는 과정에서는 시점도 중요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택을 산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뒤 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실제 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집이 팔렸다”거나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계속 거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도 집주인이 말만 하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의 현재 주거 상황과 직장·학교 등 생활 여건, 실거주 계획을 세운 경위, 실제 이사를 위한 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살고 있는 전셋집이 매매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임대차계약 만료일과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어 실제 소유권이 이전됐는지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하고 새 소유자와 향후 계약 관계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증금도 중요하다. 주택이 매매될 경우 임대인의 지위와 보증금 반환채무 승계 여부는 임차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등 대항력 요건을 비롯해 구체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히 매매 과정에서 새로운 근저당권 등이 설정되는지도 등기부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실거주 유예를 이용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도 조건이 붙는다. 올해 5월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유예기간이 끝난 뒤 해당 주택에 들어가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 4개월 안에 주택 취득 등기를 마쳐야 하는 조건도 유지된다.

 

결국 이번 개편은 세입자에게 새로운 갱신권을 주는 정책이라기보다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매매와 매수자의 실입주가 충돌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가깝다. 전셋집이 팔렸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이사부터 결정하기보다 계약 만료일과 갱신요구 여부, 소유권 이전 시점, 새 집주인의 실거주 계획을 차례로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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