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을 추진한다. 도입 목표 시기는 내년 1분기로,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허용 가능성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성평등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입법 공백과 약물 도입 지연이 이어지면서 여성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의 불법 유통과 대체제 사용이 성행하고, 수술과 약물 복용 중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물론 시술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현재 수입품목 허가가 신청된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 품질 등을 심사하고 있다. 해당 약물은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인 9주 이내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신청됐다.
식약처는 시판 이후 이상사례 수집·평가와 안전성 정보 조사, 환자·전문가 대상 교육자료 마련 등을 포함한 ‘위해성 관리계획’을 심사할 예정이다. 업체가 물량 확보 등 필요한 준비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복지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약물을 관리하고,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해 이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약사가 급여 적용을 신청하면 관련 검토가 이뤄지며, 처방 과정에서 필요한 초음파 검사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별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도 추가 논의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보호자 동의 필요 여부는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국가 의료체계 아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