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 그림자] ‘꿈의 4만불’이라는데…‘청년 빈곤’에 멍드는 미래

지난 9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2026 잡 & 커리어 페스티벌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및 직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2026 잡 & 커리어 페스티벌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및 직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엄마, 내 통장엔 잔고 4만원도 없네.”

 

 지난 9일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몰려 복도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지만, 부스 안쪽 인사담당자들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불과 몇 군데 남지 않은 대기업 부스 앞에만 수십미터의 대기 줄이 늘어섰을 뿐, 중소·중견기업 부스 상당수는 채용 계획을 취소하거나 단기 인턴직만 소수 뽑는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내건 상태였다. 나눠주는 채용 안내 팸플릿을 꼼꼼히 살피며 긴 줄 뒤에서 발을 구르는 청년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취업준비생 A(28)씨도 아침 일찍부터 서류철을 손에 쥐고 박람회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올해는 신규 정규직 채용 계획이 없다”, “경력직 위주로만 검토 중”이라는 인사담당자들의 거절뿐이었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느라 온종일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한 채 편의점 구석에서 1200원짜리 삼각김밥 하나로 늦은 끼니를 때우던 A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안부 인사에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내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정부가 연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달성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번째 ‘50-40클럽(인구 5000만명·소득 4만달러)’ 진입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 경기와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78원 이하를 유지할 경우 2014년 3만달러 진입 이후 12년 만에 4만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숫자 뒤에는 ‘K자형 양극화’의 짙은 그늘이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다. 거시 성장의 대부분이 반도체 단일 품목에만 기댄 호황인 데다, 원화 가치 변동에 따른 계산식 효과가 맞물려 있어 서민들의 실제 삶과는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1분기 21.1%에서 2분기 39.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4.0%로 주저앉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2분기 제조업 영업이익률 역시 24.0%에 달하지만 반도체 ‘투톱’을 빼면 7.2%에 그친다. 소수 대기업의 호실적이 전체 고용과 가계 소득으로 흘러드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높은 물가에 실질소득이 정체되면서 실물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2022년 4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이후 엔저와 침체 속에 3만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올해 한국이 ‘4만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릴지 기대가 쏠리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하반기 실질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이르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이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와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지 못하면 지표와 민생의 괴리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정민·노성우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