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로도 막혔다…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 산업계 ‘초긴장’

- 사우디 동서 송유관 드론 피격 후 가동 중단…브렌트유 105달러대

- 원유 수출 우회망까지 차질,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비용 압박 커지나

 

플래닛랩스(Planet Labs PBC)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지난 8일사우디아라비아 아브하 북쪽에 위치한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이 담겨 있다. 사진은 해당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직전 촬영됐다. AP/뉴시스
플래닛랩스(Planet Labs PBC)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지난 8일사우디아라비아 아브하 북쪽에 위치한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이 담겨 있다. 사진은 해당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직전 촬영됐다. AP/뉴시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유국의 핵심 수출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구축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송유관마저 가동을 멈추면서,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원유 공급망 자체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15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02% 오른 배럴당 10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1.34% 상승한 배럴당 101.3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변동성은 더욱 컸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한때 5%에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미국과의 합의를 “신속하고 절박하게 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외교적 해결 기대가 일부 반영돼 상승 폭이 축소됐다.

 

◆ ‘호르무즈 우회 카드’마저 흔들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이다. 이 송유관은 중동 원유 수송의 최대 병목 구간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사우디 내륙의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기 위해 구축된 전략적 수출 인프라다.

 

총길이 약 1200㎞에 달하는 동서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원유 수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사실상 핵심 우회 수송망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드론 공격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AP통신은 복구 작업으로 인해 송유관 가동이 수 주 동안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해상 운송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요 산유국이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더라도 육상 송유관과 항만, 저장시설 등 핵심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원유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유가 100달러 시대, 산업계 원가 부담 재점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원가 상승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원유를 직접 사용하는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화학, 항공, 해운, 물류 등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업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이 재고평가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조달 비용과 수급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항공유 가격에 반영될 경우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해운·물류업계도 선박 운항비와 운송 원가 상승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제조업 전반에서는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품 가격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관건은 복구 속도와 추가 공격 여부

시장에서는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 송유관 복구 속도와 중동 지역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꼽고 있다. 시설이 조기에 정상화될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될 수 있지만, 복구가 장기화하거나 유사한 공격이 주요 생산·수송 시설로 확대될 경우 유가의 추가 급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사우디의 우회 수출 인프라까지 차질을 빚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원유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리면서 실제 공급 감소량보다 시장의 불안 심리가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유가가 올랐다는 차원이 아니라 주요 산유국의 수출 인프라 자체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봐야 한다”며 “정유·석유화학업계뿐 아니라 항공·해운·제조업 전반이 원유 도입선과 재고, 에너지 비용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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