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세부 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지난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데 이어 투자 대상과 자금 투입 방식, 수익·위험 배분 등을 놓고 막바지 협상에 나선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통상 협상이 주로 이뤄지는 워싱턴DC가 아닌 뉴욕 인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일정 등을 고려한 동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2001년 9·11 테러 당시 친동생을 포함해 회사 임직원 다수를 잃었다. 이후 매년 9월 11일 뉴욕에서 추모 행사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도 지난해 9월 관세·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당시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과 접촉한 바 있다. 당시 양국은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관련해 투자처와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실무 협의가 지연되면서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당시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의 9·11 추모 행사에 참석한 이후 양측 간 소통이 재개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추모 행사 참석 경위와 이후 협상 과정에 미친 영향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방미에서는 투자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이 주요 의제로 꼽힌다. 투자 대상과 최종 규모를 비롯해 자금 투입 구조, 수익 배분, 사업 위험을 어느 쪽이 부담할지 등이 협상 대상이다.
첫 투자 사업으로는 220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도 후속 투자 후보로 거론된다.
협상 환경은 지난해보다 복잡해졌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성과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급망과 안보 현안도 함께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투자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통상·안보 분야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국가 간 협상에서는 투자 수익성뿐 아니라 안보와 공급망 등 다른 현안을 함께 고려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뉴어크 공항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미 투자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최종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인하기 전까지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 기간 러트닉 장관과의 구체적인 회동 일정과 9·11 추모 행사 참석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